기름값 고공행진에 증가세 … 유통망 지능화
적발돼도 과태료 그쳐 … 처벌규정 강화해야

연일 오르는 기름값으로 한동안 잠잠했던 유사 휘발유가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주택가나 도로변에 판매장을 차려 놓고 팔던 예전과 달리 단골을 확보해 은밀한 방법으로 수요자를 늘리는 등 유통망이 갈수록 지능화 되고 있다.

대전 대덕경찰서는 지난달 6일 주택가에 제조시설을 설치한 뒤 솔벤트, 톨루엔, 메탄올 등을 일정 비율로 혼합, 유사휘발유 35만 ℓ(2억 8000만 원 상당)를 제조·유통한 A(28) 씨 등 일당 3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인적이 드문 교외에서 제조해오던 과거와 달리 상대적으로 단속이 취약한 주택가 인근에서 불법 제조장을 운영해온 것으로 경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또 지난 4월에는 대전 대덕구 한 창고에서 모터펌프, 저장용 탱크 등 제조 장비를 설치하고, 유사휘발유 9만 ℓ(8000만 원 상당)를 만들어 판매한 B(39) 씨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조사결과 B 씨는 제조한 유사휘발유를 주유 장치가 장착된 1ton 화물차에 싣고 다니며 판매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판매업자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아파트나 주택가에 세워진 차량에 명함형 전단을 뿌려 단골 고객을 확보한 뒤 원하는 시간과 장소로 직접 배달하는 치밀한 수법을 보이고 있다.

또 운행거리가 많은 대리운전 기사 수송 차량이나 택배 차량 등에 고정적으로 유사휘발유를 공급하는 사례도 있다.

특히 알고 넣는 운전자들도 문제지만 가짜 휘발유나 경유를 파는 주유소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한국석유관리원 중부지사는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천안지역 주유소를 대상으로 단속을 벌여 유사 기름을 판매한 22곳을 적발했다.

적발된 주유소 중에는 지난 단속에서 과징금이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거나 사업자와 주유소 이름이 모두 바뀌었지만 여전히 가짜 기름을 팔아온 곳도 다수 있었다.

이들 주유소 역시 정상 제품과 유사 제품 혼합을 원격으로 조절하는 장치를 설치해 단속의 눈을 피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가짜 기름을 판매하다 적발돼도 대부분 불구속 입건되거나 사용자도 과태료만 내는 약한 처벌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은다.

한 경찰 관계자는 "판매업자들이 단속을 피하려고 대포폰을 쓰거나 화물차로 위장한 채 이동하며 유사휘발유를 공급하고 있다"며 "불법 유통을 근절하기에는 상대적으로 처벌 규정이 약한 것이 사실"고 말했다.

한국석유관리원 관계자는 "단속 강화도 중요하지만 판매자나 사용자에 대한 처벌 강화 등 제도상 미비점 보완도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