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주시율 50% 음주보다 더 위험

최근 택시를 이용했던 이모(32) 씨는 운전 내내 DMB를 바라보는 택시기사 때문에 적잖은 불안함을 느껴야 했다.

택시기사는 운행 중 시종일관 곁눈질로 드라마를 보는가 하면 신호 대기 때에는 화면에서 아예 눈을 떼지 못했다. 게다가 신호 대기 중 뒤차의 경적에 놀라 급출발하거나 정지하는 앞차를 보지 못해 급제동 하는 등 목적지까지 가는 20여분 동안 위험천만한 운전을 하기 일쑤였다.

이 씨는 불안한 운전 태도에 항의했지만 기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다니는 길이라 사고 날 염려는 없으니까 걱정말라"며 머쓱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빠른 길을 찾아주는 내비게이션 등 첨단 IT기기가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DMB 기능이 달린 내비게이션 제품이 대중화되면서 TV시청 중 교통사고 위험이 높지만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게 문제다.

최근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DMB를 보며 운행하는 운전자의 전방 주시율은 50%로 정상 운전자(77%)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는 만취상태라고 할 수 있는 혈중 알코올농도 0.1%(72%) 보다도 낮은 수치로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교통전문가들은 DMB 시청이나 휴대폰 사용 등으로 운전 중 한눈을 팔면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의 생명까지 해칠 수 있어 강력 단속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 요즘은 콜택시 운영 업체가 증가하면서 콜 시스템이 포함된 내비게이션 장착 택시도 늘어 DMB를 보며 운전하는 기사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실제 DMB 시청을 하며 자동차를 운행하면 주의력이 크게 떨어져 급하게 감속하거나 감속 대신 가속 페달을 밟아 사고가 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런 위험 때문에 최근 DMB 기능이 장착된 차량이나 택시 등은 주행 시 자동으로 꺼지도록 하고 있지만 많은 운전자들이 개조를 통해 기능 작동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경찰도 이 같은 상황을 인식, 규제 필요성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지만 처벌할 만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아 현재까지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 내비게이션에 DMB 기능이 아예 없거나 주행 중 영상장치 시청을 처벌하는 규제가 시행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 중 휴대폰 사용 시 6만~7만 원의 범칙금과 벌점 15점 부과가 가능하지만 DMB 시청은 단속할 근거가 없다"며 "만약 단속을 하더라도 휴대폰 통화 기록처럼 DMB를 봤다는 근거가 명확치 않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