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46용사 합동묘역 참배 … 유족들 싸늘

▲ 24일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가 대전현충원 천안함 46용사 묘역을 찾아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고개숙여 사죄하고 있다. 허만진 기자 hmj1985@cctoday.co.kr
"도대체 무슨 마음으로 참배를 했을까, 불쌍한 우리 애들을 짐승이라는데 이걸 어떻게 참나요?"

천안함 유족을 '동물'에 빗댄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가 24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참배했다.

조 내정자의 이번 참배는 비하발언으로 격양된 민심 수습차원이었지만 유족들은 오히려 '가식적'이라는 싸늘한 반응이다.

조 내정자는 이날 오전 11시 15분경 서울에서 참모들과 함께 천안함 46용사 합동묘역을 찾은 뒤 표지석 앞에 분향하고, 고인들의 희생을 애도했다. 분향을 마친 조 내정자는 천안함 46용사 묘비를 일일이 돌며 국화꽃을 헌화하고, 머리 숙여 참배했다. 30여 분간 진행된 참배 내내 조 내정자는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한 유족들은 "마음에도 없는 참배를 하는 걸보니 경찰청장이 대단한 자리인가 보네"라며 조 내정자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숨기지 못했다.

참배를 마친 후 유족들 앞에선 조 내정자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죄송하다"며 연신 사과를 했지만 유족들은 격양된 반응과 함께 원망 섞인 말들을 쏟아냈다.

고 민평기 상사 어머니는 조 내정자를 묘비석 앞으로 끌어 세운 뒤 "맘에도 없는 참배하느라 고생 많이 하셨다"며 "(여기에) 자식 묻었다 생각하시고 격의 있게 울어보시라"고 몰아세웠다.

다른 유족도 "많이 배우고, 나라를 이끈다는 사람들이 겨우 그런 말이나 하냐"며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사시라"고 질책했다.

유족들의 잇단 항의가 이어지자 조 내정자는 시종일관 머리를 숙이며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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