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위 현수막 찢기고 불타고 … 경찰 ‘당혹’
“불편 불보듯” … 대전시민 1500명 반대서명

▲ 대전 유성구 계산동 수통골 탐방로 인근에 설치된 주차장 폐쇄 반대 서명운동 천막의 현수막이 찢겨져 있다. 조재근 기자
<속보>=대전의 대표 휴식공간인 수통골 주차장 폐쇄를 놓고, 인근 주민을 비롯한 시민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본보 19일자 1면 보도

특히 주차장 폐쇄 반대를 주장하며, 내걸린 현수막 수십 장이 누군가에 의해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또 다른 갈등으로 번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난 21일 오전 수통골 주차장 주변에 내걸린 현수막 수십장이 예리한 칼 등에 찢기거나 일부는 불에 그을린 것이 주민들에 의해 발견됐다. 또 진입로 인근 다리 위에 설치된 여러 종류 현수막 중 유독 주차장 폐쇄 관련 현수막만 찢긴 것으로 알려졌다.

수통골 탐방로 입구 서명운동 천막에 달린 현수막은 가로로 길게 찢겨나가 문구를 알아볼 수 없게 훼손돼 옷핀으로 매달아논 상태였다. 훼손된 현수막은 모두 17개 중 14개로 손이 닿는 곳은 모두 훼손됐다.

수통골 주차장 축소 대책위원회 장채호 회장은 "주말 방문객을 대상으로 한 서명운동을 위해 전날 오후 9시까지 현수막과 천막 설치를 마쳤고, 주변 순찰을 돈 11시까지만 해도 아무 이상이 없었다"면서 "누군가 12시에서 새벽 4시 사이 이같은 짓을 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수통골을 찾은 등산객들도 주차장 폐쇄로 인한 문제점이 불보듯 뻔한데 대책마련 없이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는 행정기관에 대해 강한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서명운동에 참여한 김모(49·유성구 전민동) 씨는 "이런 문제가 불거지기 전 대체 주차장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어야 하는데 이제 와서 부지가 없어 어렵다는 것이 말이 되냐"며 "경찰청도 현재 부지 처분이 불가피한 입장이라면 주차장이 마련될 때까지 기다려주는 아량을 베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의견을 반영하듯 이날 오전부터 오후 3시까지 진행된 주차장 폐쇄 반대 서명운동에는 1500명이 넘는 방문객들이 참여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수통골이 시민을 위한 휴식공간인 만큼 주차장의 필요성에 대해 상당히 공감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대책위원회는 이에 따라 매주 주말 방문객을 대상으로 1만 명 서명운동을 진행한 후 국민권익위원회, 경찰청 등 관련기관에 주차장 폐쇄 반대 서명부를 전달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수통골 주차장 문제의 당사자격인 대전지방경찰청 역시 이번 현수막 훼손 사건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한편 난감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경찰 한 관계자는 "이날 오전 신고를 받고 현장에 나가 보니 누군가 칼이나 가위로 현수막을 잘라낸 것으로 보이며 인근에 CCTV 등이 없어 수사에 어려움이 있다"며 "사실 주차장 문제가 경찰과도 관련이 있다보니 난감한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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