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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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부 帝王 無恥
狂歌亂舞(30)

왕에게 어깻죽지를 잡혀 일어선 늙은 신하는 마지못해 두 팔을 들고 어색하게 춤을 추는 흉내를 냈다.

"너는 내 말이 안 들리느냐? 임금의 말을 듣지 않는 신하를 어찌 신하라 할 것이냐, 이놈!"

만취하여 이성을 잃은 왕의 입에서는 드디어 욕설이 튀어나왔다. 왕은 꾸물거리고 있는 신하의 사모를 벗겨 홱 내동댕이쳐 버리고 머리털을 움켜잡기까지 하였다.

"이놈, 이래도 일어나서 춤을 못 추겠느냐. 엉?"

"황공하오이다. 전하."

너무 취하여 몸을 일으키지 못하는 동료가 임금에게 머리털을 꺼둘리는 것을 본 다른 신하들은 허겁지겁 일어서서 억지춤을 추지 않을 수 없었다.

미치광이처럼 설치는 왕의 손에 사모를 벗기우고 머리털을 잡힌 신하가 하나둘이 아니었다. 왕은 발길에 걸리는 교잣상을 걷어차 뒤집어 엎으며 아직도 일어서지 않은 신하가 있는가 두리번거렸다.

"어허, 저놈은 누군데, 일어서서 춤을 추기는커녕 드러누워 있느냐?"

촛불이 꺼진 교잣상 밑에 길게 누워있는 사람을 발견한 왕은 비틀거리며 달려들어 다짜고짜로 공복 앞섶을 잡아챘다. 북하고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전하! 시시 신은…."

그는 무엇인가 호소하고 싶은 눈치였으나 혀가 굳어서 말이 나오지 않고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이자가 대체 어떤 놈이냐? 촛불을 이리 가져오너라!"

겁에 질린 내시가 촛불을 들고 다가오며 떨리는 소리로 답하였다.

"정승 이극균인가 하옵니다."

"뭐? 이극균이야?"

내사가 촛불을 가까이 비춰 주었다.

조정의 원로 정승인 이극균이 곤드레만드레가 된 채 벌렁 뒤로 나자빠져 있었다.

"어허, 좌상이 만취해서 누워 있었군. 내가 그런 줄도 모르고 옷을 잡아당겨 찢었으니 어의(御衣) 한 벌을 갖다 주도록 하라."

그렇게 명하는 것을 보면 왕이 아주 정신이 없는 것도 아닌데, 신하들에게 욕보이기를 극히 무례하게 하였다.

군신이 크게 취하여 노래하고 춤추는 일은 잔치마당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왕의 행패는 무언가 신하들에게 평소 품고 있었던 불만을 술기운을 빌어 폭발시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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