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사칭에 공권력 행세 진화
“병원비 결제하라” 등 수법 교묘해져

카드사나 우체국 직원 등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수법이 사회 전반적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그 피해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신용카드 분실이나 납치는 기본이고 경찰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까지 사칭, 최근 들어 더 교묘하고 지능화된 수법이 서민들을 노리고 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안형환(한나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대전지역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건수는 2007년 174건, 2008년 191건, 지난해 225건으로 매년 증가추세에 있다.

충남은 2007년 169건에서 2008년 284건으로 증가했다가 지난해 222건으로 다소 줄었다.

매년 피해 사례가 끊이지 않는 데는 그 수법이 개인정보 활용 중심으로 끊임없이 진화하기 때문이다.

초기 보이스피싱이 국세청이나 우체국 직원을 사칭, 환급을 빌미로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송금하도록 했다면 요즘은 카드사, 은행 등 금융기관 연체나 카드 도용 사실을 알린 뒤 돈을 빼돌리는 수법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또 택배나 우편물이 반송됐다거나 경품에 당첨된 것처럼 속여 개인정보 알아내고, 송금을 유도하는 방법도 여전히 많다.

이런 고전적인 수법들이 널리 알려지자 최근에는 자녀 납치를 가장하거나 경찰을 사칭해 사기 피해금액을 돌려주겠다는 식으로 돈을 가로채는 수법까지 등장했다.

게다가 입원비나 약값을 결제하라며 병원 이름으로 송금을 독촉하는 등 생활 전반까지 침투했다.

이런 범행이 가능한 것은 사기단이 최근 대기업 등에서 대규모로 유출된 개인정보를 입수, 범행에 이용하는 것으로 경찰은 분석하고 있다.

실제 지난 5월 대전에 사는 주부 이모(58) 씨는 낯선 남자로부터 아들이 납치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 남자는 아들의 이름과 나이, 직업 등을 거론하며 "살리고 싶으면 3000만 원을 보내라"고 협박한 뒤 "엄마 살려줘"라는 목소리까지 들려주기도 했다.

이처럼 보이스피싱 범죄가 매년 끊이지 않고 날로 지능화되면서 경찰의 검거 역시 어려워지는 실정이다.

주로 중국 등에 본거지를 두고 활동하는 사기단은 전화담당, 개인정보 수집담당, 한국 내 인출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 국내·외 점조직 형태로 활동하기 때문에 검거가 쉽지 않다.

설사 경찰에 검거되더라도 거의가 국내 인출이나 송금을 담당하는 ‘꼬리’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범행에 사용하는 대포통장 유통이나 개설 수법 또한 놀라운 수준이다.

기존 노숙자 등의 명의로 통장을 개설하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이들을 내세워 법인이나 개인사업자를 낸 뒤 수십여 개의 사업자 통장을 만들어 대포통장으로 유통하고 있다.

경찰은 "최근 신종 수법을 보면 놀라울 따름"이라며 "많은 피해자들이 이런 정보에 어두운 고령자이기에 가족이나 주위에서 적극적으로 예방법을 알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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