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영

▲ 장석영 <한국체육대학교 초빙교수>
국제관계에 있어서 스포츠가 수행하는 주요 기능 가운데 하나는 국위선양이다.

아무리 작고 알려지지 않은 약소국가라 할지라도 자국의 운동선수 가운데 중요한 국제 스포츠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하룻밤 사이에 수천만, 수십억의 텔레비전 시청자와 신문독자는 물론 투자대상을 물색하고 있는 기업체의 사장에게 자국의 존재와 가치에 대한 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다.

올림픽에서의 승리는 즉각적인 갈채와 함께 국제적 신망과 지위를 보장받는다. 최소한 며칠 동안 그 국가는 물론 해당 선수가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의 대상이 된다. 멕시코올림픽 육상경기에서 케냐의 헤이노와 테무, 그리고 비워트의 우승, 로마·도쿄·멕시코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이디오피아의 아베베와 왈드의 우승,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황영조의 우승 등이 그 좋은 예다.

근래에 이르러서는 많은 국가들이 대규모 국제 스포츠 경기를 유치하여 관광사업의 활성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는 각종 국제 스포츠대회를 통해 자국의 우수성을 전 세계 만방에 홍보함으로써 국민적 명예를 드높이고 국위를 선양하기 위한 것이다.

국제 스포츠 경기에서 한국 국민의 기상을 고취시키고 조국에 대한 충성심과 긍지를 지니도록 북돋워준 종목은 많다. 그 가운데서도 태권도는 누가 뭐라해도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드높이는 데 큰 몫을 해 왔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 태권도는 1896년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쿠베르탕의 이상인 우호증진과 국제친선 및 세계평화의 실현에도 앞장서왔다. 오늘날 세계태권도 연맹(WTF)이 180여 회원국을 통솔하는 명실상부한 국제 스포츠기구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도 종주국인 한국 태권도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국 태권도가 지금 총체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때 한국 스포츠계의 대부로 알려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 김운용씨의 몰락이 가져온 결과라는 것이다.

외신은 이미 태권도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면서 아테네올림픽 이후 태권도의 올림픽 종목유지가 불투명하다고 전한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중국 전통무술인 우슈를, 일본은 가라테를 태권도 대신 정식 종목으로 채택시키려고 맹렬한 로비를 펼치고 있다. IOC도 내년에 올림픽 종목을 전면 재평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국제적인 나라 망신을 차치하고라도 한국 태권도의 앞날이 참으로 걱정스럽기만 하다.

그렇다고 걱정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무엇인가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태권도를 올림픽의 정식 종목으로 지켜내는 일은 국가적으로 매우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와 태권도계는 중지를 모아 이 위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예컨데 IOC 위원 가운데 친한파 위원들을 중심으로 한 국가차원의 스포츠 외교를 적극 펼쳐 나간다든가, 공석이 된 세계태권도연맹 총재직과 국기원장직 등의 후임자를 하루빨리 천거하는 것도 대책이 될 수 있겠다.

새 리더는 청렴하고 개혁적이며 국제감각이 뛰어난 인사라야 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한 사람의 독주보다는 시스템을 통한 운영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태권도계는 이번 기회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력을 쌓을 수밖에 없다. 6000만 세계 태권도인의 본산인 한국 태권도를 위기로부터 구하는 일은 바로 태권도인들의 손에 달려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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