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교훈 알리고 평화 사랑 일깨우죠"

▲ 박익순 (공주 출신·전쟁기념사업회장)

"자신의 종합적인 능력만큼 사회에서 자리가 주어집니다. 종합적 능력을 갖추기 위해선 긴 안목을 가지고 인격, 리더십, 자기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능력 등을 계발해야겠지요."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용산전쟁기념관 4층에서 만난 박익순(67) 전쟁기념사업회장은 충청의 젊은이들에게 '국가와 민족'을 위해 기여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능력을 갖출 것을 요구했다.

공주시 의당면 청룡리 387번지가 고향인 박 회장은 '본가'가 아직도 그 곳에 있고, 막냇동생인 정순씨가 농사를 지으며 '고향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설에는 고향을 가지 못하고 그 이전에 선산을 찾았지요. 마음에 항상 고향이 있지만 마음만큼 고향을 자주 찾기는 어렵네요."

박 회장은 1956년 육사 16기로 입교하면서 고향을 떠나 전국을 돌며 군생활을 했고, 월남전에도 두번이나 참전하는 등 전형적인 '무골'로 50년 세월을 보내 왔고 현재 근무하는 전쟁기념사업회장직을 마지막 공직으로 생각하고 있다.

군생활 동안에 주로 지휘관과 작전 및 전략 분야에서 근무했던 박 회장은 '군인정신'이 투철했던 군인으로 후배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1980년대 신군부가 집권하면서 정치군인들이 득세했던 시절에도 박 회장은 '나라를 지키는' 책무에 충실했고 당시 군 실세였던 '하나회'와는 전혀 관련을 맺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동기생 중 7명이 최초로 장성 진급을 할 때 함께했을 정도로 선두주자였고 지금도 군내에서 존경받는 선배다.

박 회장의 육사 동기는 장세동 전 안기부장, 이종찬 전 국정원장, 천용택 의원 등이 있다.

"육사는 내가 입학할 때가 최고 인기가 많았던 해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교육도 지금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강했고요. 당시에 '태릉탕'(육사는 서울 태릉에 자리잡고 있다)이라는 별칭이 붙은 우물이 있었는데 이맘때쯤인 한겨울에 벌거벗고 들어가는 기합을 받기도 했지요. 당시 기초군사훈련과정을 'beast training'(동물훈련)코스라 하였는데 정말 견디기 힘들 정도로 강한 훈련이었지요. 지금도 후배들이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있지만 강도는 과거와 다른 것 같습니다."

3성 장군인 육군 중장으로 예편한 박 회장은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의 자세로 흐트러짐없이 군생활을 해 왔음을 큰 자랑으로 생각하고 있다. 정치적인 고려가 있었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대해 박 회장은 "굴곡이 큰 삶을 살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군에서 예편하고도 보훈복지공단사장, 국가안전보장회의 상근위원 겸 비상기획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고 이제 전쟁기념사업회장까지 맡아 3년째 근무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박 회장은 "2001년 전쟁기념사업회 회장으로 부임해 보니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고 특히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었어요. 부임하고 나서 '세계적인 기념관을 만들겠다'는 나름의 목표를 세웠지요"라며 그간의 과정을 설명했다.

군에서 작전통이었던 박 회장은 자신이 맡은 전쟁기념사업도 '제대로 된 작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우선적으로 진품유물의 확보, 학예활동의 활성화, '감동을 주는 전시, 그리고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념관' 만들기에 주력했다. 그 결과 전쟁기념관은 연간 10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는 '서울의 명소'가 됐고, 올 초 사업회 예하에 자회사를 설립해 재정 자립을 위한 기반을 갖게 됨으로써 향후 기념관 운영을 안정적으로 추진해 나갈 발판을 마련했다.

"취임 이후 기념관 내 전시실 구석구석을 살피며 전시물 위치 하나하나에도 정성을 쏟았고 박물관 관련 논문들을 섭렵했습니다. 고위공직에 있었던 사람으로 모범을 보여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공직생활의 마지막을 제대로 마감하고 싶었습니다."

박 회장의 말 속에는 유시유종(有始有終)이라는 완벽함이 스며 있었다.

평생 국방을 위해 자신을 바친 박 회장에게 최근 벌어지고 있는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에 대해 조심스럽게 묻자 "시기적으로 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싶어요. 주한미군이 전쟁억지력으로 서울에 배치된 점을 이해하지만 국민적 자존심과 시민불편을 감안할 때 이제는 취약점을 조기에 보강한다는 전제 아래 옮기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명확하게 이전 찬성 입장을 보였다.

박 회장은 "전쟁수단의 발달로 인해 지역적인 공간의 의미가 그리 크지 않게 됐다고 봅니다. 이런 점에서 꼭 서울에 주한미군을 주둔시켜야 한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고 봅니다"라며 '미군도 이해할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약 력> ▲공주중·고등학교, 육사 16기, 연세대 행정대학원 졸업 ▲서울대·연세대·서강대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육본 전략기획처장, 보병3사단장 ▲합참 작전국장 ▲제3군단장 ▲국방부 군특명검열단장, 육군중장 예편 ▲보훈복지공단사장, 국가안전보장회의 상근위원 겸 비상기획위원회 위원장 ▲현 전쟁기념사업회장 겸 전쟁기념관장 ▲무공훈장(충무, 화랑2회, 인헌2회), 보국훈장(국선장, 천수장, 삼일장), 청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3회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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