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호도 언젠가는 변하고 民心도 변한다
민선5기 … 小王國 군주가 아님을 명심해야

지난 23일 남아프리카에서 나이지리아와 벌어진 월드컵 축구전에서 우리는 2대2 무승부였지만 16강에 합류하는 기쁨을 얻었다. 그 새벽, 온 국민은 잠을 설치고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했고 환호했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한강에 몸을 던졌다 죽은 사람도 있다.

우리 선수들이나 허정무감독이 영웅이 된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바꾸어 생각해보자. 그날 김남일선수의 반칙으로 나이지리아가 패널티킥을 얻어 골을 넣는 것으로 우리나라가 16강 진출에 실패했다면,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렇게 실패를 해도 허정무감독과 우리 선수들은 영웅이 되었을까? 언론에서는 얼마나 혹독하게 질책을 할 것인가?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박주영의 자책골로 우리가 더욱 위기에 몰렸을 때 그가 나이지리아와의 경기에서 만회의 득점을 못했어도 우리는 그를 환호했을까?

김남일선수의 경우를 보자. 그의 부인인 KBS 김보민 아나운서의 미니홈피가 악플러들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그녀의 미니홈피를 클릭한 네티즌은 23일 오후 3시까지 40만명을 넘었고 그 가운데 4만여명이 비난의 악플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올 생각마라'

'이제 은퇴하라'

이 정도는 양반이고 심한 욕설이 쏟아졌다. 허정무감독도 마찬가지다. 국민은 이렇듯 '환호'와 '갈채'가 어느 순간에 '비난'과'역적'으로 돌변해 버린다. 이것이 민심이다. 그리고 정치이기도하다.

또 한가지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온 국민이 축구에만 관심을 갖고 있는 동안에도 프로야구경기는 예정대로 진행했다는 것이다. 물론 경기장의 관중 수는 너무 썰렁했다. 그러나 우리는 언젠가 그 썰렁하던 야구장에 관중이 몰려들어 뜨거운 응원전을 펼칠 것을 믿는다. 이 세상에 축구밖에 없는 것처럼 보여도 외롭게 준비하는 야구장이 있고 배구장도 있다는 사실…. 이것이 또한 정치요 민심이다. 그 한쪽이 뜨거울 때 그곳만 보거나 그곳에만 박수를 보내서도 안 되는 것이다.

민심은 그렇게 무섭고, 변하고, 예측할 수가 없는 것이다.

드디어 7월1일 제5기 민선단체장 취임식이 거행된다. 취임하는 단체장들은 지금 영광의 주인공이 되었지만 축구에서 보듯 언제 민심은 돌아설지 모른다. 분명한 것은 끝까지 소왕국(小王國)의 임금으로 생각하지 않고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자세를 잃지 않는 것이다.

삼국시대 이전의 한반도 중남부에 자리잡고 있던 마한(馬韓), 변한(弁韓), 진한(辰韓)등 삼한시대에 78개나 되는 나라(國)의 성격을 띤 소국이 있었다. 지금의 지방자치단체수와 비슷한 숫자다. 어떻게 이 작은 땅에 78개의 소국들이 위세를 떨쳤을까? 그래서 그런지 단체장을 삼한시대 소국의 임금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호화청사도 짓고, 도시계획도 자기입맛대로 변경하고, 소모적인 축제판도 벌이고…. 유권자도 무엇이든 선거운동만 해주면 모든 부탁을 다 들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정말 우리는 삼한시대의 임금을 뽑지도 않았고 7월 1일 취임식을 갖는 단체장도 그런 생각을 하면 안 된다.

최근 어느 국립대학총장 취임식에서 한 정치인이 축사를 했다.

"압도적인 득표로 총장에 당선된 것은 축하할일이다. 그러나 총장에 지지표를 던진 사람들이 반대자들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결국 월드컵 축구 응원에서 보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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