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전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혼탁, 비방, 흑색선전 등 구태가 재연되는 조짐이 드러나 여전히 선진 선거문화가 뿌리내리기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후보자들의 개별접촉과 명함돌리기, 현수막, 선거운동원들의 율동과 로고송 같은 몇몇 방식과 TV토론이 후보를 평가할 수 있는 경로인 만큼 여덟 번이나 찍어야할 인물 고르기는 쉽지 않다.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조우 말고는 TV토론 프로그램이 그나마 후보자들을 차분히 검증할 수 있는 기회임에도 토론문화의 수준답보는 유권자들의 선택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제한된 공중파, 유선 TV채널에 광역, 기초단체장과 교육감 후보자 등을 각 사별로 출연시키자니 편성상의 어려움은 물론 적절한 토론주제 찾기도 쉽지 않다. 능숙하게 토론을 이끌어갈 진행자나 패널 섭외도 그렇고 무엇보다도 출연한 후보자들의 미숙한 토론능력은 축제, 잔치가 되어야할 선거를 답답하고 짜증나게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다. 한정된 시간에 여러 후보자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는 동시에 후유증을 차단하려 하다 보니 토론진행상의 경직, 획일성은 심화된다.

토론의 핵심이 상대방의 발언을 경청하고 자신의 주장으로 반박하면서 상대방을 제압하여 듣는 이의 공감대를 조성하는데 있다면 요즈음 TV토론에 출연한 대부분 후보들의 역량과 안목은 여전히 미흡하다. 우선 상대후보에게 질문을 해놓고 막상 자신은 전혀 답변을 듣지 않는다. 다음 답변을 위해 자료에 밑줄치기에 급급하다. 어린이, 청소년들도 시청할 터인데 모범은커녕 잘못된 토론문화를 앞장서 보여준다. 여유를 찾기 힘들다. 녹화 전 진행방식을 숙지했을 법도한데 발언시간 준수에 대부분 실패한다. 속사포처럼 쏟아 붇고도 시간을 못 지켜 마이크가 꺼진 채 혼잣말을 되뇌이는 민망스러운 모습이 끊이지 않는다.

효용성이 의심되는 이런 답답한 TV토론보다는 예전처럼 대중집회를 통한 합동유세, 개인연설회에서 유권자들과 직접 대면하는 소통의 마당을 마련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사이버 시대를 표방하여 혼탁, 과열, 비방, 흑색선전, 박수부대 우려를 이유로 대중집회를 없앴다면 지금의 선거운동은 과연 종전의 우려와 낭비요인, 부작용이 말끔하게 불식되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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