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은 3김 시대가 물러가고 지역정당 구도가 약화되면서 우리의 정당체제가 이념 정당 내지 정책 정당간의 경쟁구조로 발전해 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런데 고무장갑을 낀 채 '정치의 설거지'를 주장하는 여당 대표에게서는 이미지를 너무 강조하는 데 따른 가벼움이 느껴진다. 또 지역순방 중에 야당 대표가 돈 안드는 선거를 위한다며 분권형 대통령제나 내각제를 내용으로 하는 '총선 후 개헌론'을 흘리는 것도 너무 정략적이다. 게다가 설 연휴 동안 칠레 상원에서는 한·칠레 FTA 비준안을 통과시켰지만 우리 정치인들은 여전히 농민표를 계산하면서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현 정권이 여소야대 상황에서 정국을 주도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서든 오는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고자 하는 욕구를 갖고 있다는 점을 모르는 바 아니다. 이에 대해 야당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대선자금 및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청문회 건을 대항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약자의 선택이란 점도 이해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설 민심'에서 드러난 여러 가지 사회문제에 대해 올바른 정책 대안들을 제시하고 이것에 입각하여 공정한 경쟁을 치르는 총선이 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정치인들은 지금부터라도 국민의 민생고를 해결하려는 진정한 노력을 보여 주면서 미래지향적인 정치개혁을 통해 희망을 이끄는 정치판을 조성하는 게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