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설 연휴 동안 귀향활동을 통해 '설 민심' 잡기에 몰두했으나 그 결과는 실망스러워 보인다. 수십년 만의 설 한파에다 눈까지 겹친 귀성전쟁에 민심은 지쳤고, 대기업의 수출 호황에도 불구하고 지역경제는 IMF 외환위기 당시보다 더한 불황을 겪고 있다. 청년실업 문제는 국민의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 내놓은 메뉴들을 보면 '3류 정치'라고 비판받던 과거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이번 총선은 3김 시대가 물러가고 지역정당 구도가 약화되면서 우리의 정당체제가 이념 정당 내지 정책 정당간의 경쟁구조로 발전해 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런데 고무장갑을 낀 채 '정치의 설거지'를 주장하는 여당 대표에게서는 이미지를 너무 강조하는 데 따른 가벼움이 느껴진다. 또 지역순방 중에 야당 대표가 돈 안드는 선거를 위한다며 분권형 대통령제나 내각제를 내용으로 하는 '총선 후 개헌론'을 흘리는 것도 너무 정략적이다. 게다가 설 연휴 동안 칠레 상원에서는 한·칠레 FTA 비준안을 통과시켰지만 우리 정치인들은 여전히 농민표를 계산하면서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현 정권이 여소야대 상황에서 정국을 주도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서든 오는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고자 하는 욕구를 갖고 있다는 점을 모르는 바 아니다. 이에 대해 야당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대선자금 및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청문회 건을 대항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약자의 선택이란 점도 이해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설 민심'에서 드러난 여러 가지 사회문제에 대해 올바른 정책 대안들을 제시하고 이것에 입각하여 공정한 경쟁을 치르는 총선이 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정치인들은 지금부터라도 국민의 민생고를 해결하려는 진정한 노력을 보여 주면서 미래지향적인 정치개혁을 통해 희망을 이끄는 정치판을 조성하는 게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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