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된 공격력 어디서든 한방― 143㎞ 쾌속투 제구력도 일품

본격적인 프로스포츠 시즌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지역 연고팀인 프로축구 대전 시티즌과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선수들은 올 목표달성을 위해 동계훈련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선수층이 두터운 프로스포츠계에서 신인이 고참을 따돌리고 주전자리를 꿰차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예외는 있는 법.

대전 시티즌와 한화 이글스의 올 신인선수 중 최대어로 꼽히는 공격수 김기홍과 투수 김창훈이 그 예외에 도전하고 있다. 양 구단의 신인 중 올 시즌 맹활약이 기대되는 그들을 소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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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워드 김기홍(23)은 지난해 8월 일찌감치 대전 시티즌 입단이 결정났다.

대전 시티즌이 시즌 중 신인을 영입한 것은 구단 창단 후 처음으로 그만큼 그의 잠재적인 가치를 인정한 셈이다.

중동고-울산대를 졸업한 김기홍은 계약금 1억원, 연봉 2000만원에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

179㎝, 68㎏의 건장한 체격을 지녔으며 100m를 11초대에 주파하는 빠른 스피드가 장점이다.

김기홍은 빠른 발을 이용한 사이드 돌파와 유연한 몸놀림으로 상대 수비를 속이는 페인팅 기술이 일품이며 키핑력, 지구력 등을 골고루 갖추었다.

중앙 공격수는 물론 좌우측 공격수 역할이 가능하고 대학 4학년 때만 13골을 넣는 등 뛰어난 득점력을 겸비했다.

여기에 수려한 외모까지 겸비해 프로무대에서 어느 정도 실력만 발휘한다면 대전 구단의 간판스타로 성장할 1순위 재목이다.

축구에 대한 사랑과 정열도 남다르다.

가족들이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 국적을 취득했으나 그는 축구선수로서 성공하기 위해 홀로 한국에 남아 국적을 포기하지 않았다.

축구를 떠난 자신의 삶은 존재할 수 없고, 축구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쳤기 때문에 가능했다.

김기홍은 지난 5일부터 남해에서 펼쳐진 대전 시티즌의 동계훈련에 합류, 프로란 어떤 것인가를 맛보기로 경험했다.

"프로에서의 첫 훈련이라 재미가 있었지만 아마 때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대전 시티즌의 팀 훈련 분위기는 강압적이지 않고 자유스럽지만 오히려 책임감이 더 요구됩니다."

김기홍은 프로무대에서의 첫 훈련을 기대 반과 두려움 반으로 맞이했다.

아직 프로에 대해서 제대로 알 수 없지만 친근감 있는 선배들과 최윤겸 감독 등 코칭스태프의 세심한 배려가 그저 고마울 뿐이다.

"축구 선수를 시작하면서 꿈꿔 왔던 프로무대에 입문해 너무나 기쁨니다. 열심히 해서 자주 경기에 출전하고 팀전력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돼 부족한 저를 뽑아준 구단에 보답하겠습니다."

올 시즌 몇 경기에 출전할지, 과연 프로무대에서 성공할지 김기홍은 아직 자기 자신도 모른다.

하지만 어렸을 때의 꿈을 이루었고 열심히 하면 그 결실이 있을 것이라는 확실한 믿음이 있어 올 시즌 오픈이 기다려진다.

대전 시티즌 최윤겸 감독은 "대부분 빠른 선수들은 스피드가 단거리에 그치지만 김기홍은 지구력까지 겸비해 위협적"이라며 "선배 공격수들이 많아 당장 주전에 들 수는 없겠지만 경력이 쌓이면 우리 팀의 간판 공격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졸 신인 투수 김창훈은 지난해 7월 한화 이글스에 1차 지명선수로 입단했다.

김창훈은 계약금 4억2000만원, 연봉 2000만원으로 지난 97년 이성갑이 받았던 3억7000만원보다 계약금에서 5000만원이 더 많아 팀내 역대 신인 중 최고 대우를 받았다.

한화의 이 같은 특급 대우는 김창훈이 고교시절 보여준 '특급전력' 때문.

김창훈은 천안북일고 2학년 재학 중이던 지난 2002년 전국 대회 4관왕의 위업을 달성하며 최우수 투수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대어급이다.

어깨 부상으로 작년 전반기까지는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김창훈은 9월 태국에서 열린 제5회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8이닝을 2실점으로 호투하며 화려한 부활을 선언했다. 김창훈은 이 대회에서 4게임(15이닝)에 등판해 2승1패를 기록하며 한국이 7년 만에 대회 정상에 복귀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담당했다.

이 대회에서의 활약은 김창훈 본인의 '부활'이라는 의미 외에도 그를 지명하고도 재기 가능성에 노심초사하고 있던 한화에 있어서도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대전 가장초-충남중을 거쳐 천안북일고를 졸업하는 좌완 김창훈은 이미 지난해 11월 한화에 둥지를 틀고 체계적인 훈련을 받고 있다.

오전 10시 보문산 산악 등반을 시작으로 오후에는 캐치볼과 펑고로 몸을 푼다. 오후에는 허리와 하체의 힘을 기르기 위한 웨이트 트레이닝도 빼놓지 않는다.

"배가 고파야 밥을 먹던 고등학교 때와는 다르게 프로는 먹는 것 하나까지도 체계가 잡혀 있는 것 같다"는 김창훈은 두 달 사이에 4㎏이나 몸이 불었고 전보다 볼끝도 많이 좋아졌다.

적당한 체중은 구질과 직결되기 때문에 한화 코칭스태프는 그에게 '80㎏까지 살을 찌우라'는 특명을 내렸다.

야구는 물론 생활 패턴까지 송진우를 닮고 싶다는 김창훈은 구속 143㎞에 강속구보다는 체인지업과 커브가 주무기인 기교파 투수다.

최일언 투수코치로부터 '공을 채는 것이 일품이다'라는 칭찬을 듣기도 했지만 김창훈에게는 아직 체력 보강과 볼 스피드 보완이라는 숙제가 남겨져 있다.

올 신인왕이 목표인 그가 헤쳐나가야 할 경쟁상대는 팀 동료 송창식, 윤경희(24) 외에도 롯데 김수화 , 기아 김주형 등 안팎으로 한 둘이 아니다. 김창훈은 "올 목표는 생애 한번뿐인 신인왕을 거머쥐는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선배들로부터 몸 관리하는 법과 컨디션 조절하는 법 등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유순상·한남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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