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서 겪지못한 이전투구 … 회의감 확산
막대한 비용·유권자 외면에 자괴감 느껴

“선거문화가 이렇게 난장판인지 몰랐습니다. 말로만 들었지 직접 출마를 해보니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선되고 보자는 식의 선거문화에 실망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정말 회의감이 듭니다.”

대전지역 교육의원 선거에 출마한 전직 교장 출신 한 후보의 하소연이다.

이는 한 후보만의 하소연이 아니다. 교육의원에 출마한 후보들마다 체감의 정도는 각각 다르지만 이번 선거에 대해 느끼는 생각은 공통적이다. 교육의원 후보들은 교육경력 5년 이상이 돼야 출마가 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 교사·교수 또는 교육 행정가 출신이다. 특히 평생 30여년간 교단에서 학생들만 교육해오다 정년 퇴임 후 지역사회와 교육계에 마지막 봉사라는 신념으로 교육의원 선거에 출마한 교육계 출신 후보들이 느끼는 선거판의 현실은 참담하다.

광역·기초단체장, 지방의원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은 이미 몇 차례 선거를 거치면서 기성 선거문화를 현실로 받아들이지만, 평생 교육계에서 학생들만 가르켜왔던 교육자 출신 후보들은 그저 놀랍다. 무엇보다 이들이 선거판에 대해 가장 회의를 느끼는 것은 돈이 없으면 선거를 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사무실 임대 및 운영부터, 홍보물, 유세차 임대 등 기본 선거비용은 물론이고 조직을 꾸려 운영하기 위해서도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 말이 좋아 ‘자원봉사자’이지 실상은 하루 밤 자고 나면 손부터 벌린다.

여기에 ‘당신을 도와주겠다’며 매일 찾아오는 사람들 역시 접대비 등의 명목으로 돈을 요구한다.

이 뿐만 아니다. 선거철과 행락철이 맞물리면서 매일 노인정, 부녀회, 상인회 등 각종 모임에서 여행을 떠나 배웅을 하러 나가야 하는 데 맨입으로 가기가 부담스럽기만 하다. 또 여기 저기서 오라지만 역시 어떤 형식(?)으로든지 대가를 바란다.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유권자들의 싸늘한 반응이다. 유권자들이 우선 교육의원 선거에 대해 인식을 못하고 있고 최근 서울 등 수도권 교육계 비리에 대한 욕설을 한 몸에 받아야 한다.

교사 또는 교육행정가 출신들이 대거 출마하면서 교육계까지 사분오열돼 오히려 일반 유권자들에게 덕이 안되고 있다. 교육의원 출마 후보로서의 자괴감이 드는가 하면 정체성에 의문이 들고 있다. 심지어 이들은 한 학교 또는 사무실에서 함께 절친하게 근무했던 동료간에도 상대후보가 되서 서로 헐뜯고 싸워서 이겨야 하는 현실 앞에 놓여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현재로서 출마를 포기할 수도 없고 출마를 하자니 앞으로 선거운동 기간동안 진흙탕싸움을 해야 하는 등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놓여 있다. 이는 우리 선거문화의 자화상을 그대로 반영하는 대목이다.

유효상 기자 yreporter@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