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정부 시절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한보철강은 국민들에게 희망과 실망을 가져다 준 우리 지역의 대표적 기업이다. 적어도 IMF 외환위기가 우리 경제를 강타하기 이전까지는 지역민들에게는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듯했다. 변변한 산업시설이 없었던 지역에 여의도 면적의 1.5배에 달하는 대규모 공단을 조성하고 한보철강이 입지하면서 부도처리되기 전까지는 3000여명이 넘는 대가족을 거느린 대기업이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우리 경제에 주름살을 깊게 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기까지 야누스적인 존재였다.

그런 한보철강이 6년여가 넘도록 정상화를 향한 진통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한때 AK캐피탈과의 인수계약이 체결되면서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부풀었지만, 지난해 연말 이마저 무산된 바 있다. 철강업계 호황에 힘입어 요란하게 쇳물을 쏟아내며 희망에 부풀어 있는 한보철강 장래가 또다시 혼돈으로 빠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다시 한보철강의 매각이 추진된다는 소식은 환영할 일이다. 이번엔 꼭 성사시켜 지역 내 굴지의 철강업체로 우뚝 서기를 기대한다. 여러 가지 조건은 고무적이다. 철강업계가 호황인데다 한보철강이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경영혁신을 모색하고 있고, 종사자들의 의지도 강력하여 모든 여건이 호전되고 있는 덕분이다.

그러나 덩치가 워낙 커서 원매자를 물색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적정한 기업가치 평가 과정에 논란이 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의 정상화가 급선무다. 충분히 제값을 쳐서 매각하도록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정상화가 우선이다. 시간이 지연될수록 득될 것이 없다. 이미 B지구의 경우 공사가 중단된 채 수년간 방치되면서 고철덩어리가 돼 버린 상태다. 그렇다면 우선 호조를 보이고 있는 A지구를 분리매각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B지구는 상황에 따라 다른 용도로의 전환도 검토할 만하다. 한보철강의 조기 정상화만이 국가경제와 지역경제에 누를 끼쳤다는 죄책감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지평을 열어 가는 기초를 닦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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