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주용 대전 동구의회 의장

2004년 새해 인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우리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이 눈앞에 다가옴으로써 우리의 마음은 괜스레 따사로워지고 풍요로워짐을 느낄 수 있다. 아무리 서민경제가 어렵고, 정치상황이 혼탁하다 해도 우리의 오랜 고유 명절 속에 배어 있는 전통의 서정을 깰 수 없는 철옹성임에는 틀림이 없다.

추석 명절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양대 명절 중의 하나인 설은 오랫동안 흩어져 살던 부모 형제 등 친인척을 만나 정을 나누고, 추존보본(推尊報本)의 사상 속에 조상과 웃어른에 대한 예를 표함으로써 우리 사회를 하나로 묶는 통합의 기능을 예나 지금이나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본다.

물론 옛날처럼 피부에 와닿는 정을 나누는 기능이 많이 느슨해졌다고는 하나 우리는 이러한 명절을 계기로 이웃으로서 친인척·동기간으로서 그간의 헤어짐에 안부를 묻고 그저 신세진 마음에 고마움을 표시하려는 서로의 마음이 모아지고 합해져 명절에 대한 기다림과 설렘으로 가득참은 여전하다.
우리는 설과 같은 명절을 하나된 마음으로 기다리고 각자의 내용으로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만들어 보냄으로서 상호간 서운함은 삭히고, 기쁨은 더 크게 나누어 부풀리는 특별한 재주를 갖고 있는 민족이다.

명절 밑이 되면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웃에 대한 온정을 베푸는 풍경들을 참으로 많이 접하게 된다. 개개인은 물론 각종 사회단체, 기관별로 베푸는 어려운 이웃에 대한 온정의 손길들은 참으로 아름답고도 자연스러운 광경이 아닌가 싶다. 또 개인적으로 그동안 고마운 스승이나 친지 이웃에게 줄 선물꾸러미를 들고 오가는 모습은 그래도 우리 사회가 정이 많은 사회임을 표시해 주는 아직도 큰 징표가 아닌가 싶다. 정치, 경제적으로 아무리 어렵다 해도 우리 사회를 그래도 무너짐 없이 건전하게 지탱하며 발전의 길로 이끄는 저력은 바로 이러한 곳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엄청난 보상청구서와 같은 오염된 선물문화가 우리 사회, 정치판(?)에 판치면서 이러한 훈훈한 미덕의 선물문화가 오해를 받고 있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정치적 포부를 갖고 있는 사람의 경우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오래 전 잘 알고, 나눠 오던 마음 역시 어떤 직이 되었던 선거직이라는 감투라도 쓸라치면 이는 엄청나게 신중하고 어려운 문제로 접하게 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명절 밑 자그마한 선물이 한 표를 구걸하는 행위처럼 보이고 이를 막는 것이 깨끗한 사회를 만드는 제도로 남아 있는 한 온정이 흘러 넘치는 따뜻한 이웃과 사회를 만드는 일은 더욱 요원할 것으로 본다.

선물을 주고받는 속마음이 간혹 깨끗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 요즘 세태라고 하지만 거의 대부분 사람의 경우 순수하다고 본다. 설령 어떤 환심을 사기 위한 수단으로 명절 밑 선물을 나눈다 할지라도 지위가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에게, 권력과 권한이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 가진 사람이 좀 덜 가진 사람에게, 선물을 나눌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많은 사회일수록 따습고 좋은 사회가 아닐까 싶다.

어려운 이웃, 가까운 이웃에게 떳떳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며 하는 명절 밑 선물은 하나의 미담이 될지언정, 오해와 지탄의 대상이 되지 않는 신뢰의 세상이 하루라도 빨리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세모에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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