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 때문에 차일피일 미뤄 왔던 '영화관 방문 계획'을 설 연휴에 실행에 옮기자.

이번 설 연휴 극장가는 한국영화가 외화보다 우세를 보일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말죽거리 잔혹사', '내사랑 싸가지', '빙우' 등 우리 영화와 아이들을 위한 영화 '피터팬' 등 4편이 지난주 개봉돼 연휴 주말까지 이어진다. 앞서 개봉한 '라스트 사무라이'와 연일 관객동원 신기록을 깨고 있는 '실미도'도 여전히 인기다. 최신 개봉작을 중심으로 설 연휴에 볼 만한 영화를 소개한다.

◆실미도

? ?

1968년 국가가 우리를 불렀다.

1971년 국가가 우리를 버렸다.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면서도 역사 속으로 지워져야 했던 '실미도 사건'. 알아서 괴로웠고 '설마…' 하며 상상치도 못했던 그 숨겨진 이야기가 드디어 공개됐다. 한국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실미도 684부대'를 소재로 한 '실미도 프로젝트'는 근 10여년 동안 '영화계의 뜨거운 감자'와도 같은 것이었다. 32년을 기다려 온 진실, 그 목격자이자 희생자였던 684부대 31인의 훈련병들이 겪은 3년간의 극비실화를 쫓는 영화 '실미도'.

한국영화 흥행의 마이다스 강우석 감독과 '박하사탕', '오아시스'로 최고의 연기력을 선보인 설경구가 '공공의 적' 이후 다시 한번 호흡을 맞췄다. 그들이 이미 보여준 '공공의 적'에서의 탄탄한 호흡은 영화 '실미도'에 대한 기대를 최고조에 달하게 한다. 그뿐 아니라 국민배우 안성기와 허준호, 정재영, 강신일, 강성진, 임원희 등 이들만으로도 한국영화 5~6편은 찍을 수 있다는 내로라 할 주연급 배우들이 총출동, 한국영화 최정예부대의 비범한 파워를 보여준다.

◆내 사랑 싸가지

? ?

꿈 많은 여고생이 청순한 세라복 교복을 휘날리며 달려간다. 해맑은 그녀의 얼굴, 깜찍한 애교. 그러나 그녀의 팔자는 순간의 실수로 '고생 바가지'로 전락한다. '왕 싸가지'의 노비가 된 덕분에 말이다. 여고생 노비라니, 이렇게 놀라운 설정이 있었던가. '원조교제'만 나와도 깜짝 놀라는 보수적인 대한민국 사회가 드디어 '여고생 노비'라는 충격적 소재에 도전한다. 그러나 단순한 소재의 충격만을 예상했다면 그것은 오해다. 스토리와 캐릭터가 유발하는 재미 역시 충격적 수위다. '노비'에 대한 선입견을 가볍게 제압하며 엉뚱한 상상력과 기발한 재치로 생애 최대의 난관을 유쾌·상쾌·통쾌하게 헤쳐나가는 하영. 그녀는 겉보기에는 우리 사회 모두가 원하는 '킹카'이지만 사실은 구제불능의 '왕 싸가지'인 주인님을 상대로 생애 최대의 복수전을 준비하는데….

상상보다 거대한 '싸가지 대전'. 단순한 충격을 넘어서 재미의 충격을 몰고 올 일당 3만원 노비의 100일 전쟁의 막이 올랐다.

◆말죽거리 잔혹사

? ?

1978년 말죽거리의 봄, 정문고등학교로 전학 온 모범생 현수.정문고는 선생폭력과 아이들 세력다툼으로 하루도 조용할 날 없다.

열혈 이소룡 키드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모범생 현수와 '학교짱' 우식. 이소룡에 흥분하며 친구가 돼버린 이들 둘에게 어느날 특별한 우정과 사랑이 찾아온다.

하교 길 버스 안에서 둘의 눈에 동시에 박힌 여학생 강은주. '올리비아 핫세'를 꼭 닮은 그녀가 불량배들에게 가방을 빼앗긴 상황에서 "가방 돌려줘요"라는 소심한 현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날아드는 우식의 오른발 차기.

은주는 거친 우식의 매력에 빨려들어간다.

그러나 우식은 선도부장 종훈과의 학교짱 대결에서 패하고 그대로 학교를 떠난다.

우식이 떠난 정문고. 현수는 우식과 단짝 친구였다는 이유로 종훈에게 거센 압박을 받고 지긋지긋한 학교 폭력, 열등반으로의 강등, 급기야 사랑하는 은주마저 우식을 택하자 결국 분노는 폭발한다.현수는 오랫동안 연습한 쌍절곤을 들고 학교 옥상으로 향하는데….

◆빙우

? ?

모든 것을 삼켜버릴 듯한 눈보라 속. 알래스카, 아시아크 등반에 나섰던 중현과 우성은 조난을 당하고 만다. 설상가상으로 중현은 다리에 심한 부상까지 입는다. 해외원정과 조난 모두가 처음인 우성에게 차가운 설산에서의 고립은 두려움을 증폭시킨다. 어두운 얼음 동굴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해 조금씩 각자의 기억을 더듬으며 생의 마지막 순간을 이어가는 그들. 순간 중현과 우성은 이상한 예감에 멈칫한다. 지금 조난의 극한 상황 아래서 자신들을 지탱하는 있는 기억의 조각이 한 여자 경민으로 포개어지는 것. 끝내 이룰 수 없었던 경민과의 사랑을 간직한 중현과 경민을 향한 수줍던 우성의 첫사랑이 죽음을 앞에 두고 안타깝게 교차하는데…. 같은 시간, 다른 공간에서 피어난 두 빛의 사랑, 그 시리도록 맑은 애절함의 기억이 하늘과 맞닿은 설원을 조금씩 채워간다.



◆피터팬

? ?

키스와 눈물의 비밀이 사랑에 빠진 연인을 구한다. 사랑과 모험을 동경하는 웬디. 어느날 밤 그녀의 방으로 날아든 피터팬은 모든 걱정을 잊고 환상으로 가득찬 '네버랜드'로 떠나자고 그녀를 유혹한다. '비밀의 키스'를 간직한 웬디는 네버랜드에서 피터와 '문라이트 댄스'를 추면서 사랑에 빠지지만, 피터는 사랑이 뭔지 모른다. 둘 사이에 대한 팅커벨의 질투가 극에 달할 무렵, 웬디는 피터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는 후크에게 납치당하는데…. 과연 위험에 빠진 피터와 웬디를 구할 키스와 눈물의 비밀이란?

◆라스트사무라이

? ?

조국과 명예를 위해 목숨을 걸고 전쟁터를 누볐던 네이든 알그렌 대위. 그러나 남북전쟁이 끝난 후, 세상은 변했다. 용기와 희생, 명예와 같은 군인의 덕목은 실용주의와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시대 흐름에 밀려 설 자리를 잃게 되고, 그가 참여했던 전쟁의 명분조차 퇴색해버리자 알그렌은 허탈감에 빠진다.

그리고 지구 반대편에선 또 한명의 무사가 가치관의 혼란 속에 갈등을 겪고 있었다. 황제와 국가에 목숨 바쳐 충성해 온 사무라이의 마지막 지도자 카츠모토가 바로 그. 미국이 신문명의 조류 속에서 변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던 그 시기에 일본의 전통 문화 역시 서양 문물의 도입으로 개혁의 홍역을 앓고, 새롭게 도입된 철도와 우편제도는 사무라이가 수세기 동안 목숨 걸고 지켜온 가치관을 뒤흔들어 놓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카츠모토에게 사무라이의 정신이 없는 삶은 곧 죽음이었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