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고문

대원군은 일찍이 충청도 사람들의 기질을 청풍명월(淸風明月)로 비유했다. 이는 글자 그대로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을 뜻하는 것으로, 충청도 사람들의 선천적으로 타고난? 무던하고 너그러운 성품을 잘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 충남 금산군 부리면 불이리에 야은 길 재(吉再)의 충절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사당인 '청풍사'가 있다. 바로 이곳에 백세청풍(百世淸風)비가 서 있는 것이나, 충북 제천시에 청풍면이란 지명이 있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충청도는 전통적인 반향(班鄕)인지라 당연히 청풍명월적 기질이 배어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조선조 중엽 이중환이 국토의 역사와 지리를 서술한 택리지(擇里志)에는 충청도를 '물산은 영남·호남에 미치지 못하나, 산천이 평평하고 예쁘며, 서울 남쪽에 가까운 위치여서 사대부들이 모여 사는 곳이 되었다. (중략) 또 서울과 가까워서 풍속에 심한 차이가 없으므로 터를 고르면 가장 살만하다'고 적고 있다. 택리지에서 충청도가 살만한 곳으로 '산천이 평평하고 예쁘다'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실제로 충청도는 계룡산에다 금강과 같은 명산대천이 있어 더욱 돋보이게 마련이다. 예로부터 계룡산은 충청도 주산으로, 풍수가들은 산의 지맥이 뺑 돌아서 본산과 맞서는 형국인 회룡고조(回龍顧祖) 혹은 산태극수태극(山太極水太極)의 형세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한다.

'인걸은 지령(地靈)'이라 했던가. 모나지 않고 완만한 산이면서도 골이 깊어 정기를 함축하고 있다는 계룡산을 닮아서인지, 충청인의 심성은 원만하고 도량이 깊은 게 특징이다. 서거정(徐巨正)이 노래한 한 편의 시는 계룡산의 진수를 만끽하고도 남음이 있다. '계룡산 높은 봉우리 층층이 푸르르니/ 맑은 기상 용솟음쳐 스스로 장백이요/ 산이 첩첩하여 용이 서리우고/ 봉우리 구름들이 만물을 기르네/ 내 전에 그 가운데 놀았거니/ 신령스런 그 기상 어디에 비길런가/ 문득 비 뿌려 세상을 살찌우도다/ 용이 구름 뿌리니 구름은 용을 쫓네'라고 읊었다. 바로 그 계룡산 자락에 있는 초혼각지에 신라, 고려, 조선조로 이어지는 세 왕조의 충혼을 기리는 숙모전과 동계사, 삼은각이 나란히 있는 것도 이 땅이 충절의 고장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여기에다 충청도는 금강이 있어 더욱 풍요롭다. 금강은 '비단 강'이라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강이다. 금강은 우리나라 5대 강 가운데 낙동강, 한강 다음으로 그 유역이 넓다. 전북 장수군 일대의 산악지대에서 발원한 금강은 충북 남서부를 거쳐 충남을 관류(貫流)하는 충청권 유일의 젖줄이다. 401.4km를 구비쳐 흘러내리는 금강의 유역은 9886㎢로 충남·북의 절반 가량과 전북의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넓다. 그 옛날 찬란했던 백제문화를 꽃피웠던 금강은 충청권의 생명선임에 틀림없다. 충청도가 전국 유수의 산미(産米)지대로 각광받고 있는 것도 금강이 있기에 가능하다. 금강은 이곳에서 태어난 모든 충청인의 마음의 고향이며, 무한한 혜택을 가져다 주는 수자원의 보고다.

충청도가 국토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특히 한국의 2대 수출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마주보는 서해안에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도 하나의 행운이다. 1000㎞에 육박하는 리아스식 해안은 그것 자체가 보배다. 여기에다 충청도는 원래부터 예향(禮鄕)이며 학문의 고장이다. 조선조 시절 대전을 중심으로 한 충청도는 율곡(栗谷)을 종사로 삼는 기호학파의 본고장이다. 율곡 문하에서 수학한 사계 김장생(金長生)은 예학을 대성한 거유(巨儒)로, 기호학파의 영수가 되었고 그의 수많은 문하생들이 조선조 후기 정치와 성리학에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이 같은 천혜의 자연자원과 전통을 오늘에 이어받아 충청도만의 자랑으로 키울 수는 없는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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