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순

겨울방학 중인 요즘 아버지나 집안 심부름으로 술이나 담배, 라이터 등을 사러 오는 어린이들의 심부름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는 우리 애가 심부름을 갈 테니 담배나 술을 아이 편에 보내 달라는 전화까지 온다고 한다. 가게 주인은 어린이에게 판매해서는 안 되는 품목이지만 아이의 얼굴을 익히 알고 있는 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입장이라고 하소연한다.

일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학부모들의 잔심부름으로 보이는데, 이것이 얼마나 어린이에게 큰 잘못인지 부모는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예부터 자식은 엄마 아빠의 숨소리까지 배우면서 자란다고 했다. 몇 해 전 어느 부자동네에서는 어린아이가 슈퍼마켓으로 물건을 사러오면서 10만원권 수표를 들고온다는 쇼킹한 기사도 있었다. 이와 같이 무책임한 어른들의 사고방식은 사랑스러운 자녀를 한순간에 술과 담배 또는 과소비 환경에 맡기게 되는 우를 범하기 쉽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는 어른의 역할과 어린이가 해야 할 일이 분명히 구분돼 있고 또 구별돼야 한다.

겨울방학 기간 분별없이 어린이들을 잔심부름에 시달리게 할 것이 아니라 가정에서 창의적인 인성교육을 받고 새 학기를 맞이할 수 있도록 하는 보다 사려 깊은 어른들의 배려가 요구된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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