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월·화 드라마로 시청률 40%를 육박했던 '선덕여왕'이 '겨울연가', '대장금'이후 정체됐던 한류(韓流)에 불을 붙이고 있다. 일본의 후지 TV가 지난 해 말부터 '선덕여왕'을 인기리에 방송하고 있고 대만에서도 방영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실 선덕여왕처럼 신라에서 백제 의자왕으로부터 혹독한 시련을 당한 왕도 없다. 642년 백제 의자왕은 친히 군대를 이끌고 신라의 미후성을 비롯 40여 성을 공략하여 선덕여왕을 초조하게 했다. 이어 백제군은 신라의 요충지인 대야성도 함락하여 신라의 목을 조였다. 결국 신라는 백제로부터 계속 위협을 받게 되자 중국 당나라를 끌여들였고 그것이 백제멸망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물론 백제가 신라에게 패배를 당한 기록도 있다. 그 중에는 우수꽝스런 이야기도 있는데 지금 경주시 건천읍에 있는 여근곡(女根谷)의 전설이 그것.

선덕여왕때 어느 겨울, 영묘사 옥문지(玉門池)에서 개구리들이 몇 일 계속 울어댔다. 웬 겨울에 개구리가 우는가? 선덕여왕은 그것이 여근곡에 백제 군사들이 잠복해 있다는 계시이니 신라의 정예군 2000명을 보내 급습하게 했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신하들이 선덕여왕에게 어떻게 개구리 우는 꿈 하나로 백제군이 그곳에 잠복해 있는 것을 알았는가 하고 물었다.

그러자 여왕은 이렇게 대답했다. "개구리의 노한 형상은 병사의 형상이고, 옥문(玉門)이란 여자의 음부(陰部) 곧 여근(女根)으로 여자는 음(陰)이요, 음은 그 색깔이 백색이고 백색은 서쪽을 뜻한다. 또 남근(男根)은 여근에 들어가면 반드시 죽게 되니 이것으로 쉽게 잡을 줄 알았다"고 대답했다.

그밖에도 선덕여왕은 첫 남편 말고도 두 명의 남편을 더 두었고 섹스에 얽힌 이야기도 많다. 그런데 TV드라마 후광때문인지 경상북도는 경주시 건천읍 부산 아래에 있는 여근곡을 비롯, 선덕여왕 유적지에 20억 원을 들여 관광 인프라를 개발한다는 것이다.

왜 하필 여근곡일까? 그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여근곡'의 야한 전설에 재미있어 하겠지만 백제군의 후예, 충청도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직도 살아있는 선덕여왕의 치맛바람을 실감할까? 경상북도 뿐 아니라 한국관광공사와 문화관광체육부 그리고 '한국 방문의 해'위원회 등도 경주의 관광개발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때마침 경부고속열차가 올해 안에 경주를 개통하게 되어 관광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게 된다. 서울에서 경주까지 2시간대로 좁혀지는 것은 확실히 큰 변화를 줄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관광공사가 수십억원을 들여 경주의 관광 리모델링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나 '한국 방문의 해'위원회가 경주에서 올 가을 한류스타가 총출연하는 대형 축제를 개최하는 것, 정부가 지방관광지원용 예산을 경주에 크게 투입한다는 보도 등등 경주에 쏟아지는 '관심'에 수긍을 하면서도 그것을 보는 시각이 '정치적 역학'과의 연계를 떨치기가 어렵다. 물론 우리도 선덕여왕을 능가하는 스토리텔링을 찾아야 하고 백제권의 관광 인프라를 적극 개발해야한다. 그것은 '대충청 방문의 해'에 더욱 절실해지는 우리의 명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부의 문화정책도 '정치적 역학관계'를 떠나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전개돼야 함을 강조하고 싶다. 백제문화의 꽃이라 할 부여 정림사 복원도 못하고 청주공항을 국제공항으로서의 기능을 강화시켜 외국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길부터 열어야 하는데 그것 하나 이루지 못하는 충청도의 현실이 안타까워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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