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원 대전기독교연합회장

역사를 통해서 보면, 인간은 보통 의미와 보상과 명예를 위해서는 어떠한 고통도 참아왔다. 의미를 찾기 위해서라면 보상도 버리고, 보상받기 위해서 명예도 버리고, 명예를 위해서라면 할복 자살이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렇게 모든 생명을 가진 유기체는 의미와 보상과 명예를 자연스럽게 추구하며, 특별히 새로운 상황에서는 더욱더 자신의 의미와 보상을 찾으려고 한다. 따라서 새해가 되면 당연히 새로운 의미나 보상을 찾기 위하여 새로운 것을 계획하게 된다.
새해는 누구나 자연스럽게 계획을 세워야 하고 그 계획과 희망이 우리의 가슴을 부풀게 하고 새로운 결심을 하게 한다.

그러나 새해를 맞은 오늘날 우리 시대의 현실을 보면 새로움에 대한 기대와 소망이 멀게만 보인다. 지금 우리의 삶의 자리를 살펴보면, 정치는 부패의 쇠사슬을 끊으려고 몸부림치고 있지만 갈피를 잡지 못하는 혼돈의 모습이다. 사회도 혼란스러우며, 청년실업은 만연하고, 계층은 양극화되었으며 이혼율과 자살자 수는 세계 최고의 수준에 달했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서도 새로운 역사의 막은 올랐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실 때 이 세계가 어떠했는지 대해서 창세기 1장2절은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고 흑암이 깊음 위에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공허하고 혼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었다는 것은 즉 무질서를 의미한다. 그 카오스 속에서 새로운 역사는 시작되었다. 카오스가 코스모스, 즉 우주의 질서로 새롭게 바뀌게 된 것이다. 새로운 역사가 시작될 때에는 반드시 시대적인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한 시대가 공허와 흑암 속에 빠져 있을 때, 카오스가 한 시대와 역사를 지배할 때, 바로 그 속에서 캄캄한 어둠은 물러가고 새로운 아침이 되는 역사는 반드시 시작된다는 사실이다.

새롭게 변화되는 역사와 삶, 즉 코스모스를 창출하려면 고통이 따른다. 톨스토이는 "모든 사람은 인간이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정작 자신이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의식과 스타일을 변화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변화는 버리고 떠나고 비우는 작업이다. 그리고 새로운 것을 취하고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전진하며 진리를 채우는 것이다. 변화의 출발점은 진리와 성실이라는 허브(중심축)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 중심축으로 2004년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 이 기본을 우리 모두는 잊어서는 안될 것이 모든 것이 뒤죽박죽된 절망의 그 순간이 바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이런 말이 있다. "자주 하는 일들이 우리 모습이다." 이 말의 의미는 지금의 삶의 자리에서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고,무엇을 아젠다(주제·목표)로 삼고 무엇을 실천하며 살아가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우리는 진리의 말씀대로 나눔과 섬김을 통해 고난당하는 이웃을 섬기는 일들과 또한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의 사명을 잘 감당할 책임과 의무가 우리 모두에게 있다.

오늘도 2004년이라는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하는 여러분이여, 제발 삶이 혼돈스럽고 공허할 때마다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갈등과 고통이 많고 생활과 여건이 어려워질 때마다 그 순간이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는 하나님의 역사의 시작과 분기점이라는 사실을 마음에 간직하고 2004년을 희망차게 출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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