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선 KAIST 경영과학과 교수

4월의 맑은 봄날 창밖에는 따스한 햇볕이 내리 쬐고, 작은 창문을 통하여 들어온 맑고 상쾌한 공기가 부드럽게 셔츠를 스친다.

다소 늦게 찾아온 봄날을 만끽하면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데 저만치에서 녹색자전거가 충청도라는 지역적 특성과는 다르게 빠르게 지나갔다.

'아차, 충청도는 말이 느리지 행동도 느린 것은 아닌데…'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타슈'라는 시민을 위한 공용 자전거 브랜드는 느리다는 충청도의 특징을 담고 있으나, 일상생활의 편리성과 속도를 향상시키면서 에너지 절감도 추구하기 위한 친환경 정책이다.

대전시에는 자전거도로뿐만 아니라 자동차도로도 잘 갖추어져 있다.

도로교통공단이 발표하는 통계에 따르면 대전은 인구 10만명당 또는 차량 1만대당 교통사고 사망자나 부상자 수에 있어서 전국 평균을 밑도는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실제 대전에서 운전을 해보면 운전자의 교통질서준수 의식은 참 낮은 지역이라는 것을 쉽게 깨닫게 된다.

교통신호등이 붉은 색임에 불구하고 소통차량이 없으면 녹색신호를 기다리지 않고 운전하는 경우를 대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더 고약한 것은 붉은 신호에서 기다리는 차량이 좀 있다 싶으면 좌회전 전용차선으로 진입한 후 다른 방향의 소통차량이 없으면 붉은 신호를 무시하고 직진하거나, 녹색신호로 바뀌면 직진 차선으로 끼어드는 차량이 부지기수다.

이런 못된 운전행태는 차량정체 현상이 발생하는 출퇴근시간 뿐만 아니라 교통량이 적은 대낮에도 흔히 발생한다.

신호를 기다리다가 불법 운전차량이 태연히 지나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때로는 교통신호를 기다리는 사람이 유연한 사고를 결여한 운전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조차 들기도 한다.

신호를 무시하고 운전하면 시간과 연료비를 절약할 수 있는데 뭐가 문제인가? 라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회제도라는 것은 그 제도가 개개 구성원의 입장에서 최선이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전체 구성원의 집합적 이익 측면에서 최선이기 때문에 존재한다.

물론 누가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고 어떻게 집합적 의사결정이 내려지는가에 따라서 기존 사회제도가 사회전체의 견지에서 최선이 아닐 수도 있다.

이런 논란에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사회제도는 지켜질 때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교통법규는 개개 운전자의 입장에서는 불편한 제도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교통법규가 지켜지지 않을 때 발생한 교통사고 비용이 신호를 지키지 않는 운전자가 얻는 이익의 합보다 크기 때문에 교통법규는 존재한다.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는 운전자가 많아질수록 운전자의 준법의식은 감소한다. 이는 법규위반자의 불법 운전행위로 차량 정체가 심화되기 때문이다.

고속도로에서 갓길 운전으로 한 차선이 늘어나면 병목지점의 차량소통 속도가 더 낮아지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교통질서 함양을 위해서는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도 필요하지만 교통법규위반자의 행태를 변화시키기 위한 방안도 필요하다.

교통법규위반자가 교통사고피해자를 일정시간 돌볼 경우 벌점을 경감하는 방법 등을 통하여 피부로 교통법규위반의 심각성을 깨닫게 하여 운전행태를 자발적으로 바꾸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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