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열 경제부장

단풍이 온 산야를 서서히 물들여 가기 시작하며 가을도 무르익어 가고 있다. 산을 뒤덮는 울긋불긋한 단풍을 만나기 위해 주말이면 많은 등산객들이 산으로 향하고 있다.

한 리서치 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등산인구가 160만명에 달해 국민들이 정기적으로 즐기는 운동 중 조깅과 헬스에 이어 가장 많다고 한다. 사실 국토의 64%가 산림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렇듯 등산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만산홍엽의 아름다움을 지켜보면서 과거 땀흘려 일궈낸 산림녹화의 소중함을 떠올리는 이들이 요즘 얼마나 될지 생각해 보게 된다.

일제시대와 6·25전쟁을 겪으면서 민둥산으로 변한 산림은 1973년 치산녹화 10개년 정책이 실시되면서 오늘날의 울창한 나무 숲으로 변모하게 됐기 때문이다.

형사처벌은 물론 막대한 벌금을 물려가며 국민이 함부로 나무를 베어가지 못하게 막았고 도심 인근에는 그린벨트를 설정하고 화전민을 철수시키는 등 강력한 산림보호정책을 폈다.

아울러 나무 땔감에 의존하던 난방 방식을 연탄과 석유를 이용한 보일러 난방으로 바꾸는 등 각종 노력으로 우리 산야를 푸르게 만들었다.

국제식량농업기구(FAO)는 우리 나라를 가장 짧은 기간 동안에 산림녹화에 성공한 사례로 기록하고 있으며 그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여러 나라에서 방문하고 있다.

올 여름 태풍 `루사' 등으로 발생한 산사태 피해면적이 여의도 면적(298㏊)의 9배인 2700㏊에 이르는 등 사상 유례없는 피해를 입었지만 산림이 우거져 있지 않았다면 그 결과는 차마 상상조차 하기 싫을 정도이다.

그러나 애써 가꾼 우리의 산림이 이제 경제 최우선주의에 밀리며 각 지방자치단체에게는 `지역 경제발전의 걸림돌'로 인식되게 됐고 나무의 경제적 가치가 상대적으로 하락하면서 산주(山主)들도 외면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가장 손대지 않아야 할 국립공원 내에서만 1998년부터 지난 7월까지 5년 사이에 개발을 위한 719건의 용도변경으로 35만5000평의 숲이 사라졌다.

또 1999년 1757억여원에서 2000년 1576억여원, 올해는 1200억여원으로 계속 줄더니 내년에는 전문임업기능인에 의한 육림사업으로 통합되면서 사업의 `외형'은 사라지게 됐다.

지난 IMF 외환위기 이후 한시적 실업대책사업으로 실시되기는 했으나 우리 나라의 산림정책이 `관리'로 본격 전환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되는 숲가꾸기 공공근로사업 같은 산림 관리를 위한 새로운 정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치산녹화는 우리의 미래를 가꾸는 일이며 숲은 막대한 경제적 가치와 함께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원천이라는 사실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다. 그러나 그것이 내 자신의 경제적 이익과 결부될 때면 `강 건너 불'이 되고 만다.

산림청은 산의 해를 맞아 지난 4월 5일 `숲은 생명이 숨쉬는 삶의 터전'이라는 내용의 산림헌장을 발표한 데 이어 10월 18일을 산의 날로 정하고, 100대 명산을 선정·발표함으로써 산에 대한 국민적 관심유도에 나섰다.

이것이 정부의 정책 발표에 그치고 숲의 보존·관리에 대해 우리 개개인이 `남의 일'로만 여기게 된다면 우리가 현재 즐기고 있는 가을 단풍의 아름다움은 먼 후손들에게 없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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