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용해도 추적 불가능… 警 “불법 판매·유통자 처벌 기준 마련돼야”

카드만 사면 손쉽게 충전해 쓸 수 있는 이른바 선불폰이 각종 범죄에 악용되면서 경찰 수사에 암초로 작용하고 있다.

단기체류 외국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선불폰은 여타 휴대전화와 달리 개통을 위한 명의등록 절차 등이 크게 필요없다.

이 때문에 이 휴대전화가 사기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되더라도 명의자 추적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대전의 한 경찰서에 신고된 사건을 보면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 물건 판매 글을 올린 뒤 버젓이 구매자와 통화까지 하면서 돈만 받아 챙긴 사건에 선불폰이 사용됐다. 또 최근에는 생활정보지에 소액대출 광고를 내고 선불폰 등을 이용, 불법 대부업을 하는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선불폰을 이용한 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은 휴대전화 명의 자체가 불법 체류 노동자나 이미 사업자가 말소된 법인 명의 등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런 선불폰이나 대포폰 등을 불법으로 유통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최근 이동통신사들이 선불폰 개통에 까다로운 절차를 내세우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선불폰'만 검색하면 무수한 판매처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직접 통화한 선불폰 판매자는 “전국 어디든 택배로 받을 수 있고 사용자 명의 확인 서류는 필요 없다”며 “사용은 편의점 등 선불카드 판매점에서 사서 쓰면 된다”고 안내했다.

또 선불폰 유통이 끊이지 않는 데는 이를 전문적으로 개통, 유통업자에게 넘기는 조직이 있기 때문이다.

불법 대부업체들은 돈이 필요해 찾아온 사람에게 대출을 조건으로 선불폰 가입을 요구하거나, 대출이자를 갚지 못한 사업자에게 사업자 명의 휴대전화 가입을 요구한다는 것이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많은 사기사건에서 선불폰 등이 사용되고 있어 범인검거에 어려움이 많다”며 “이를 전문적으로 판매하거나 유통하는 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기준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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