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뚤어진 선거풍토로 당선 가능성 높아
유권자 철저한 후보 검증, 의식전환 필요

지방선거 기초의원 출마 후보들이 '가'번 공천을 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는 후보자에 대한 검증없이 정당이나 앞 순위후보를 선택하는 유권자들의 비뚤어진 선거풍토로 자질없는 후보자가 당선되는 부작용 등이 속출, 유권자들의 의식전환이 요구된다.

기초의원 전국 공통 기호는 국회 의석수에 따라 1번이 한나라당, 2번이 민주당, 3번 자유선진당으로 번호가 부여됐다.

한나라당이 2~3명을 선출하는 기초의원 선거구에 두 명 이상 후보를 배출할 경우 후보자들은 각각 '1-가', '1-나'의 기호를 받는다. 민주당은 '2-가', '2-나' 식으로 기호를 배정한다.

후보자들은 이 기호 중 '가'번을 부여 받느냐에 따라 당락이 좌우될 수 있다.

단체장에 비해 많은 후보들이 나오는 기초의원 선거 특성상 유권자들이 각 후보를 일일이 검증하기 보단 앞 순위에 있는 후보를 맹목적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06년 실시된 5·31지방선거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빚어져 전국적으로 2인 선거구에서 한나라당 '가'번을 부여받은 후보의 당선율은 91.5%, 3인 선거구에서는 92.1%, 4인선거구에서는 77.8%로 나타났다.

'가'번을 받은 후보들이 '나'번과 '다'번 후보자 보다 상대적으로 당선 확률이 높다는 주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실례로 청주시의회 모 의원은 지난 지방선거 때 스스로 당선 가능성이 없다며 선거를 미리 포기하고 명함만 돌리는 등의 소극적 선거운동을 벌였지만 '2-가'번을 부여 받아 당선됐다.

이처럼 당락을 좌우할 '가'번 기호를 부여 받기 위해 정치 초년생부터 재선 후보들까지 정당에 목을 메고 있다.

기초의원 후보자들은 당협위원장이나 공심위 관계자 등 당내 핵심 인사를 상대로 물밑 로비를 벌이거나 국회의원 줄 대기에 혈안이다.

한나라당 기초의원 공천을 신청한 A 씨는 2명을 뽑는 선거구에 5명이 공천을 신청하자 당협위원장을 평소 보다 자주 찾는다고 알려져 공천 신청자들 사이에서 공천뿐만 아니라 가 번을 부여 받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민주당 B 씨도 3명을 뽑는 선거구에 3명이 공천을 신청해 다소 안정적이지만 가 번을 받기 위해 지역구 의원의 측근임을 강조하며 '당의 충성심과 기여도'를 자주 부각시키고 있다.

한 출마 예정자는 "재선에 도전하는 후보들은 얼굴이 많이 알려져 기호 배정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지만 가 번을 받기 위해 보이지 않는 로비를 벌이고 있다"며 "앞 순위가 사실상 당선 프리미엄"이라고 말했다.

공정 선거문화에 역행하는 이 같은 악순환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유권자들 사이에서 선거에 관심을 갖고 철저한 검증을 통해 자질을 갖춘 지역 일꾼을 선출하는 책임의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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