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

요즘 아이티와 칠레 등, 대지진으로 도시들이 폐허가 되었지만 인류역사상 가장 대표적인 대폭발은 AD79년의 이태리 폼페이로 꼽힌다.

이때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여 화산에서 솟아 오른 용암과 화산재가 2~3미터나 되는 두께로 폼페이를 덮쳤다. 시간이 정지된 상태로 주민 2000여명이 죽었는데 최근 잊혀 졌던 폼페이가 발굴됨으로써 당시 로마시대의 생활상이 드러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시민들에게 집단으로 빵을 나누어 주다가 그대로 화석처럼 죽은 것이다. 빵도 그대로 돌처럼 굳어져 쌓여있고 급식을 하던 사람도 석고처럼 죽어 있었다.

로마시대, 빵을 무료로 주었고 1분 거리마다 급수시설이 되어 있었으며 대형 목욕탕에서 목욕을 즐기고 원형극장에서 검투사의 혈투에 환호하던 것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처럼 국가가 귀족과 부자들까지 먹고 마시는 것을 해결해 주자 그들은 무료한 시간을 주체하지 못해 타락했다. 빵 배급은 저 소득층과 노약자들 위주로 했어야 했다. 강건하고 근검하던 로마정신의 타락 현장을 우리는 폼페이에서 볼 수 있다.

필자가 1970년대 말 영국의회를 방문했을 때 마침 하원에서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급식문제를 토의하고 있었다. 당시 집권당인 노동당에서 어린이들의 급식비를 줄여 교사를 증원함으로써 고용창출을 꾀하겠다는 것이고 야당인 보수당은 그렇게도 정책개발을 못해 한창 성장하는 어린이들의 급식비를 깎느냐고 반박했다.

그러자 노동당은 영국 어린이의 칼로리 섭취가 과잉상태라 줄이는 것이 마땅하다는 등 논쟁은 밤늦게까지 계속 됐다.

당시 우리나라는 밥을 굶는 결식 어린이가 대단히 많을 때라 영국의회의 이런 논쟁은 꿈나라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영국은 전면 무료급식이 아니고 초등학교 49%, 중등 51%상당의 저소득층 위주의 급식이고 급식비는 은행 시스템을 이용해 행정기관이 처리하기 때문에 학생들 간에 위화감도 없다고 한다. 의무교육은 '교육'에 대한 것이지 '급식'까지 포함되지는 않는다는 개념이었다.

미국 역시 전체학생 57%인 2700만명에게 급식을 하고 있는데 무상급식은 그 가운데 49.5%다. 일본은 생활보호 대상자에 한해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복지국가의 천국을 이룬다는 스웨덴 등 국민소득 5만달러를 상회하는 북유럽 국가를 제외하고는 잘 사는 집 아이들 까지 공짜로 급식을 하는 나라는 없다. 물론 이들 북유럽 국가들은 개인소득의 40%가 세금으로 나가고 있다. 모든 게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다르다. 흔히들 무상급식 이야기 뒤에는 꼭 재원연출이 거론된다. 그러나 예산이 있고 없고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문제는 사교육비에 월 100만원 지출도 아까워하지 않는 부잣집 어린이들 까지 무료급식을 하는 것이 국민정신건강에 합당한가 하는 것이다. 예산도 문제다. 2009년 저소득층 및 농어촌 학생 중심으로 급식지원비가 3079억원이었는데 전면도입할 경우 (초 ? 중생) 1조 9662억원이 소요되고 고등학생까지 하면 2조8509억원이 든다. 이 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이 재원을 도서관확충, 저소득층의 취학 전 교육혜택, 학교의 노후 시설개선에 활용하는것이 더 교육적이지 않을까?

물론 현재의 무료급식수혜자를 가능한 점차 확대해야 하고 급식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그러나 무리하게 전면급식을 시행할 경우 오히려 저소득층에게 부담을 안겨 주는 역기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를 앞두고 표퓰리즘적 정책들을 경계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어느 것이 진정 교육정신에 충실한 것인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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