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기 논설위원

장기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우리 경제가 올해도 여전히 회생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회복은 고사하고 갈수록 여건은 악화되고 있다. 산업 각 부문에서 점차 경쟁력을 상실해 가고 있는데다 세계 경제환경은?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경제는 탄력을 잃고 푯대마저 제대로 정립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데도 이를 추스러야할 정치인들이나 재벌, 관료집단은 저마다 천민적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추악한 행태만 보이고 있다.

정경유착의 실상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라지만 해도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선량한 서민들의 알량한 의지마저 짓밟아버리는 뉴스들이 넘쳐난다. 눈만 뜨면 몇백억이 차떼기로 오갔다느니 하는 소식들을 접하면서 그저 성실히 각자 제 위치에서 제 일만 열심히 하면 잘살 수 있다는 소박한 소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서민들의 허탈감을 누가 달래줄 수 있다는 말인가? 농촌 현장이나 시장바닥에 가면 서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정도로 고조되어 있음에도 여전히 정치판이나 일부 기업인들의 행태는 이를 아랑곳하지 않는 듯 하다.

부동산 시장은 투기행각을 일삼지 않아도 살만한 사람들이 기회만 있다 싶으면 제 잇속을 채우려고 요동을 쳐대고, 부패정치인과 재벌들의 추악한 먹이사슬은 선량한 서민들의 의욕을 무참히 유린하고 있으니 우리 사회의 어느 한구석에서도 희망을 찾기가 힘든 듯이 보인다. 갈수록 갈등의 골만 깊어져 국론은 사분오열되어 소모적인 투쟁에 휘말리기 십상이다. 이러고서야 어찌 국가경쟁력의 신장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막가파식으로 제살 부풀리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던 카드사들의 부실을 결국은 아무 영문도 모르는 국민들의 부담으로 전가시키는 꼴이 된데다 올해 은행권의 가계대출 만기 도래액이 40조원으로 사상 최대에 달할 것이라는 소식은 최악의 가계부도 사태까지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게 한다. 이미 360만명을 넘어선 신용불량자가 더욱 늘어나 내수위축과 경기침체를 가속화시키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특히 서민들의 급전 조달창구 역할을 수행해야 할 대부업체마저 70% 이상이 사실상 부도처리되는 등 서민들의 자금통로는 막혀 있는 상태이다. 이는 소비위축을 가속화시켜 가뜩이나 나쁜 내수경기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고 대출금을 갚기 위해 살던 집에서 길거리로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 기업들의 국내 탈출도 가속화되어 산업공동화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어 일자리 창출도 쉽지만은 않은 상태다. 자칫 산업기반의 와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국가적 위기를 기회로 삼을 줄 아는 지혜를 발휘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중대한 기로에 직면할 수밖에 없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구조조정과 기술경쟁력 확보를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기회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 위기상황을 통해 시장의 준엄한 잣대를 체험하고 이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기존의 낡은 방식과 틀에 얽매여 기존의 방식을 고수해서는 산업공동화와 실업문제 등 우리 경제의 현안과제를 해결할 수 없다.

기업은 정치권의 비호 아래 안이한 경영행태에서 벗어나 '월드 베스트' 전략에 의거,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현실인식이 필요하다. 정치판도 달라져야 한다. 빈사상태에 빠져 있는 정치가 제 몫을 해내야 한다.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줘 국가역량을 결집시킬 수 있는 신바람나는 정치만이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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