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교 충남도 정책기획관
닭이 자연환경 속에서 자유롭게 자란다면 평균수명은 얼마쯤 될까.
놀랍게도 20년 넘게 살 수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지금 우리는
닭을 어떻게 키우고 있는가?
대부분 넓은 공간에 풀어놓아 자연과 더불어 방생하기보다는 좁은 철창 안에 가두어 놓고 매일매일 반복되는
인공사료를 먹이며 신속하게 키워 내기에만 급급하다.
이렇게 길러지는 닭의 경우 질병에 대한 면역능력을 제대로 갖추기가 어려울 것이다.
인체의 자기조절 능력과 같이 동·식물도 스스로 살아가기 위한 생존본능을 갖추고 있기 마련이다.
만약 전통방식으로 닭을 방생하며 키웠다면
최근 유행한 조류독감에 대해서도 그 병원체를 이겨낼 수 있는 풀이나 벌레 등을 스스로 골라 섭취하면서 잔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을
것이다.
광우병도 어떻게 보면 소(牛)들의 복수라고 할 수 있다.
소는 원래 초식동물로서 풀을 뜯어 먹으며, 소의 몸 밖으로
나온 배설물들은 천연비료로서 토지의 생산성을 높여 주는 데 기여한다. 이러한 소에게 병든 소의 사체와 찌꺼기로 만들어진 육골분(肉骨粉)을 먹이다
보니 끓여도, 구워도 죽지 않고 전염되는 광우병 발생은 어쩌면 이미 예상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위의 두가지 사례는 서양적 사고방식에
바탕을 둔 즉, 인공적 요소가 지나치게 가미되어 야기된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
여기에 우리도 이제는 동양의 전통 자연사상에 눈을 돌려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서양의 과학문명은 이른바 이론의 일반성과 증명의 재현성을 기본원리로 하여 가시적이거나 측정이 가능한 힘에 기초한
물질중심의 관찰영역이라면, 동양의 전통자연사상은 형이상학적인 기운이 물질세계에 일으키는 범위까지 변화를 본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즉,
서구의 사고방식이 자연과 인간을 분리하여 자연을 하나의 수단으로 대하고 정복의 대상으로 인식한다면 동양에서는 인간과 자연을 분리하지 않고 서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조화와 상생의 정신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도 서양의 과학문명에만 치우치거나 의존할 것이 아니라 동북아시대를
맞아 동양의 전통자연사상에 대한 과학적 원리를 규명하고 일상생활에 접목·응용해 나갈 수 있는 관심과 연구, 실증적 노력 등의 지혜가 필요할
때라고 본다.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도 생명이 있듯이 우리의 먹을거리인 농산물, 수산물, 축산물에 대해서도 이를 생명으로 보는 생명존중
의식이 높아져야 하겠다.
푸른 숲, 맑은 물, 깨끗한 공기를 우리 인간이 원하고 있듯, 이들 동·식물에게도 들판에서, 물 속에서, 숲
속에서 인간의 지나친 욕심으로부터 해방되고, 마음껏 뛰어 놀게 해 줄 때, 그 혜택과 이익은 결국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나라마다 빗장이 풀린 지구촌 시대를 맞아 농수축산물에 대한 국경의 개념은 이제 의미가 없는 시대가 되고 있다. 지금은 차별화가
관건이다.
'그 고장의 고유한 문화가 가장 세계적'이라는 점을 우리는 귀가 따갑게 들어 왔고 익히 알고 있다.
FTA에 두려워
하기보다는 우리나라의 지리적 여건과 자연적 특성을 살려 나간다면 우리의 농업 경쟁력도 확보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인간도 건강하면
병원출입이나 약을 적게 먹듯이 베품과 나눔의 생명력 있는 상생의 농사를 지어 나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