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양 대전·충남 생명의숲 공동대표

학창시절 암벽등반을 즐기는 친구들과 함께 대학 산악반을 조직한 것이 어느새 40년이 넘었다.

힘들고 위험하기도 하려니와 극한 상황을 극복하여야 하는 등반은 침착성과 지구력, 그리고 인내심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요즈음 젊은이들의 취향과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산악반은 아직도 명맥이 유지되어 최근에는 200명 가까운 회원들과 함께 창립 40주년 행사를 치렀다.

회갑을 넘긴 창립 회원들과 20대 초반의 젊은이들까지 모두 함께 땀흘리고 산을 오르면서 선후배간 또는 신구세대간의 간격을 줄일 수 있었고 인간적인 유대를 공고히 하면서 자일 하나에 목숨을 함께하던 동료애가 되살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세대를 넘게 이어오는 모임에 의미 있는 행사를 기회하여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했다.

지리산에서 시작해 우리 국토의 척추에 해당하는 백두산까지의 산줄기를 남한에서 갈 수 있는 진부령까지 릴레이 방식으로 종주를 완료하고 이어서 정맥 종주를 시작, 한강 북쪽에서부터 남으로 내려와 지난해 후반에는 열두 구간에 걸쳐 한금정맥 종주를 끝냈다.

주말마다 격주로 진행되는 산행이 내가 사는 곳 가까이서 진행되는 터라 한금정맥의 마지막 몇 구간 산행에 함께 했다.

아들 동갑내기인 30년 후배 대장의 인솔하에 청주 부근을 지나 청원과 보은을 거쳐 속리산 천황봉 정상에 이르는 한강과 금강의 분수령 능선을 따라가는 산길은 참으로 여러 가지를 떠올리게 하는 산행이었다.

왼발이 닿은 곳에 떨어진 물은 한강으로 흐르고 오른발 내딛은 곳의 물은 금강으로 내려가 서해바다로 흘러든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물은 산을 넘지 못한다는 아주 간단한 이치에 근거한 우리 국토에 대한 관찰이 대간과 정간, 정맥을 구분하게 하였고, 이러한 개념은 조상들이 우리의 국토를 가꾸고 살아가는 기본틀을 형성하여 온 것이다.

일제가 지하자원 개발과 수탈을 목적으로 작성한 지질도에 근거한 산맥의 개념을 우리는 교과서에서 배웠고 지금도 학생들은 일제가 만들어준 태백산맥, 차령산맥의 이름을 외우고 있다.

하나의 사상이 사회를 바꾸어 나아가는 데는 적어도 3세대는 소요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20세기 초 일본이 우리를 강점하여 남겨 놓은 흔적을 바로 잡는 것이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산경표'라는 책이 발견되어 백두대간과 정맥에 관한 내용이 새롭게 알려진 것이 불과 20년 남짓하다.

짧은 기간이지만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대간과 정맥을 오르면서 우리 국토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하고 있는 점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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