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로라 석굴의 신상들. 풍만한 가슴이 특이하다.
인도를 떠나 비행기에 오르고서도 그 감동이 가라앉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돌산을 파고 들어가 조성한 석굴사원들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6~7세기에서부터 약 200년 이상 걸쳐 조성된 엘로라 석굴(Ellora Caves). 바위산 서쪽에 2㎞에 걸쳐 34개의 석굴을 팠는데 불상을 비롯 여러 모양의 조형물, 그 모든 것이 밖에서 만들어 붙이거나 세운 것이 아니라 굴을 파고 들어가 돌을 깎아 정교하게 만든 것이다. 우리나라 경주 석굴암 같은 것이 수 백개 한 곳에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면 된다. 승려들이 수도하는 방, 설법을 행하는 강당과 좌우의 긴 회랑, 길게 늘어선 기둥 등도 돌을 깎아 만들었으니 얼마나 많은 인력과 시간과 정성, 그리고 국력을 쏟아 부었을까 짐작 할 수 있다.

그 34개의 엘로라 석굴 가운데 16번째 석굴 카일라사나타 사원이 가장 웅대한데 힌두교의 사바신을 모셨을 뿐 아니라 입구에서 안까지 거리가 54m, 높이가 33m나 되니 요즘 같은 첨단기구도 없는 그 옛날 어떻게 바위를 뚫고 들어가 이렇게 정교하게 만들 수 있었을까 저절로 입이 벌어진다.

무엇보다 엘로라 석굴의 특징은 제1굴에서 12굴까지는 불교석굴, 29굴까지는 힌두교 석굴, 30에서 34굴까지는 자이나교의 석굴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하나의 돌산에 3개 종교가 이렇게 석굴로 이루어진 것은 세계에서 이곳이 유일하다고 한다. 종교가 달라 피를 흘리는 오늘 날, 엘로라 석굴은 다시 한번 인도인의 평화주의를 실감케 한다.

힌두교 국가인 인도인데 포르투칼의 식민지였던 '고아'지방에는 많은 성당이 있고 카톨릭 신자가 80%까지 되고 있으나 충돌 없이 공존하는 것을 보면 또한번 그런 것을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유네스코는 엘로라 석굴과 함께 중세시대 세워진 고아의 성당도 세계문화유산으로 보호하고 있다.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보호하는 인도의 문화유적은 참 많다.

BC 2세기경 개굴된 29개의 아잔타 석굴, 가장 완벽한 인도 모슬렘 예술의 극치를 보인 타지마할 등등….

특히 1631년부터 17년에 걸쳐 세운 타지마할은 거대한 대리석 모스크로 당시 무굴(Moghol)제국의 황제인 샤자한이 사랑하는 아내를 추념하기 위해 만든 것인데 참배객과 관광객으로 늘 붐빈다. 불교가 태어난 곳임에도 정작 힌두교세에 눌려 불교세는 미미하지만 부처님이 처음으로 다섯 제자에게 설법을 시작했다는 사르나트사원 등 불교성지 만큼은 잘 보존돼 있는 것도 그렇다.

이렇듯 인도는 다문화(多文化)국가다. 인도 남부 휴향 도시 고아 같은 곳은 포르투갈의 중세도시가 그대로 보존돼 유럽에 온 것 같은 착각을 갖게 할 정도다. 또한 이런 유적뿐 아니라 뭄바이의 왕궁처럼 고색 짙은 철도역, 히말라야 철도, 유명한 인도 호랑이 등이 서식하고 있는 '순다르반스 국립공원' 등이 모두 유네스코에 등재돼 있다.

정말 인도는 신비스런 '다문화'의 보고다. 그리고 신을 떠나서는 인도와 인도의 문화를 말할 수 없다. 목숨을 걸고 갠지스강 순례를 떠나는가 하면 사원마다 길게 늘어선 참배객 행열, 거리를 어슬렁 거리는 소의 무리. 이처럼 신과 함께 사는 삶의 형태가 바로 '인도의 문화'다. 이 다문화가 충돌 없이 창조적으로 조화를 이루면 언젠가 미래 인도의 에너지로 도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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