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초동수사 미흡 피해자 고통만 가중
봐주기식 수사 논란에 “공정수사” 일축

<속보>= 대전·충남발 의료계 리베이트 파문과 관련, 파문의 진원지인 K제약사 일부 영업사원이 범죄 누명<본보 23일자 5면 보도>을 썼던 사실이 전해지면서 경찰의 부실 수사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경찰이 1년 간 사건을 끌어오는 사이 결백을 주장하던 영업사원은 자살을 결심할 정도로 심각한 정신적·경제적 고초를 겪은 것으로 파악돼 억울한 희생자만 만들었다는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경찰과 K제약사 등에 따르면 지난 2008년 9월께 K제약 대전지점에 보관 중인 4억 원 상당의 의약품 가운데 3500만 원 어치의 의약품이 도난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이후 “내부 소행같다”는 K제약 지점장 등의 진술을 토대로 K제약사 직원들에 대한 내사를 벌여 절도 용의자를 압축했다.

이 과정에서 K제약사 대전지점장은 자체 내사 과정에서 경찰에 도난건을 신고한 A 과장의 의심스런 행적을 지목하고 경찰에도 이 같은 정황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지점장이 직원들에게 “없어진 물품을 되돌려 놓으면 묵인하겠다”고 밝힌 후 택배를 통해 도난 당한 의약품 일부가 회수됐고, 택배회사 탐문과정에서 A 과장을 봤다는 증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은 증언이 확보된 A과장이외에 경찰조사 과정에서 그가 혐의를 씌운 영업사원 B 씨에게까지 수사를 확대했고, 계좌추적과 거래처 탐문, 거짓말탐지기 등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리베이트로 전달된 예치금을 의심해 애꿎은 B 씨가 용의자로 몰렸다.

더욱이 B씨는 경찰에서 자신의 결백을 거듭 강조했으나 참고인 조사가 이어지면서 회사로부터도 인사상 불이익 등 압박과 함께 수사과정에서 불거진 리베이트건에 대해 회사 측으로부터 절대 함구할 것을 요구받는 등 심적 고초를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그러나 사건 발생 후 반년이 넘도록 범인을 특정짓지 못했다.

결국 경찰은 B 씨의 가족이 항의에 나서자 지난해 7월께 범인을 잡지 못한 채 B 씨에 대해 내사 종결처리하고, A과장에 대한 절도 혐의에 대해서 무혐의 의견을 첨부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검찰은 A 과장의 절도 혐의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려 미결 사건으로 매듭됐고, 이후 B 씨 가족이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을 내며 해당 경찰서에 재수사 지시가 내려졌으나 또 다시 무혐의 처분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의 미흡한 초동수사로 인해 진범을 잡지 못한데다, 제약회사의 리베이트 은폐기도에 절도사건이 파묻히면서 죄없는 피해자의 고통만 가중시킨 셈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 1년 가까이 끌어온 절도건에 대해 ‘봐주기식’ 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B 씨 측은 “경찰의 초기 수사과정에서 증언과 혐의가 포착된 A과장과 처음 담당했던 형사가 대학 선후배 관계로 평소에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처음 수사를 담당했던 형사가 A과장의 대학 후배였기 때문에 사건에서 제척(除斥)했다”며 “봐주기식 수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최대한 공정하게 수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권순재 기자 ksj2pro@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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