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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門 <1229>
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성주 사는 한 선비가 아들을 하나 두었는데, 신혼후에 신정에 푹 빠져 학문을 폐하였습니다.」

?선비가 보다 못하여 아들을 불러놓고 타이르기를

「소지시(小之時)계지재색(戒之在色)이라 하였느니라. 하물며 남녀간에는 서로 정에 끌려도 유별이라야(家道)를 이룰지니 마땅히 한양에 유학하여 입신양명하고 가문을 빛내도록 하라」하였습니다.

아들이 아비에게 하직을 고하고 집을 떠나는 척하고서 이웃 집에 숨어 있으면서 밤이 되면 월장하여 물래 신부를 만나고 날이 밝기 전에 다시 월장하여 숨고 그러기를 날마다 되풀이 하니 속모르는 유모가 신부가 독수공방이 고적하여 외간남자를 끌어들이는 줄로 오해하고 선비에게 가만히 고하기를

「집안에 해괴한 변고가 생겼습니다. 아드님이 서울로 가신 후 밤마다 외인이 담을 넘어와서 며느님을 간통하고 달아나는 흔적이 역력하니 소문이 나기 전에 빨리 조처하시오」하니 선비가 대경실색 하여

「유모 눈으로 실지로 보았느뇨?」하고 물으니 유모가

「오늘 밤에 쇤네가 엿보다가 간부가 담을 넘어오면 나리께 알릴터이니 나리께서는 자지 말고 간부를 때려 잡을 준비를 하고 기다리시오」

하더니 과연 그날 밤 유모가 월장하는 사내를 발견하고 선비에게 고하니 선비가 몽둥이를 들고 ㅤㅉㅗㅈ아가서

「어떤 죽일 놈이 감히 우리 자부 혼자 자는 방에 침입을 하느냐」하고 호령하니 방에서 허겁지겁 뛰어나온 아들이 땅바닥에 엎드러지면서

「아버님, 소자올시다. 살려 주시오」하지 않습니까. 선비가 몽둥이로 내리치려다 놀라 덜미를 잡아 일으켜 세우고 다시 자세히 보니 틀림 없는 자기 아들이라 몽둥이를 내던지고 아들을 붙들고 통곡하면서

「이놈아, 서울로 공부하러 간 놈이 이제 웬 일이냐. 내가 들으니 단술을 마시는 자는 많이 마시되 취하지 않고, 그 아내를 사랑하는 자는 비록 자주 가까이 하더라도 색상(色傷)하지 않는다 하니 내 다시는 허물하지 않으리라. 네 마음대로 하여라」하였다 하옵니다」성삼문이 가설항담을 그럴 듯 하게 윤색하여 들려 주었다.

「하 하 하, 근보가 학문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이제 보니 이야기도 잘하시오. 내 휘빈에게 너무 침혹하여 언젠가 부왕 전하께 책망 들을 일을 두려워 하고 있었는데, 이야기를 듣고 위안이 되는구려. 어쩐지 근보를 만나 속이야기를 하면 위로를 받을 것 같았는데, 내가 여기 오기를 잘했소. 구원을 받은 기분이오」

세자는 정말 휘빈 김씨에게 침혹하여 학문을 멀리한 것을 크게 고민하였던 듯이 홀가분해 하며 좋아하였다.

「하오나 저하, 과유불급을 잊지 마시오」

「알았소. 내 근보의 충고를 잊지 않으리다」

얼마 후 집현전에서 밖으로 나온 세자는 쌀쌀한 바람이 낙엽을 쓸어 가는 궁정을 걸어가다 전각 모퉁이에서 불쑥 나타난 궁녀를 발견하고 우뚝 멈춰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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