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北門] <1226>

조종사 글/임용운 그림

『이 애, 호초야. 오늘 저녁은 동궁마마께서 왜 이리 늦으시냐?』

석양 때부터 세자를 기다리던 휘빈 김씨는 밤이 깊어가도 세자가 나타나지 않자 애꿎은시녀 호초만 붙들고 하소연하였다.

『글세 말입니다. 양전(倆殿)마마께서 저녁문안을 아뢰시고 곧 바로 자선당으로 가신것 아닐까요』

?호초는 영리하고 민첩하여 휘빈 김씨가 친정에서 데리고 들어온 본결나인 순덕이보다 더 휘빈의 신임을 받아 지밀 안팎에서 그림자처럼 휘빈을 모시고 있었다.

?『아니다. 주강(晝講)때도 내 얼굴만 생각이나서 못견디겠다고 하시던데. 석강에 가셨겠느냐.혹시 동궁마마를 호리는 요사한 계집이 있는 것 아니냐』

샘이 많은 휘빈 김씨는 벌써부터 세자가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뺏길까 봐 애를 태웠다.

?『이제 신혼이신데,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마마 과히 심려치 마시오소서』

?『나비가 한 꽃에만 앉는 거 보았니. 궁중이 온통 경염하는 꽃으로 가득한데 방심하다간어떤 요화(妖化)가 우리 동궁마마를 가로챌지 모르잖니. 질투는 칠거지악이라고 하지만 나는 동궁마마의 사랑을 뺏기면 질투하다 사가로 쫓겨 가기 전에 미쳐 죽을 것이야』

신부가 부끄러운 줄도 알고 참고 기달릴줄도 알아야 할텐데 하룻밤 신랑이 신방에 들지 않는다고 무슨 큰변이나 난 듯이 벌써부터 안달복달 하는 것이 장래가 위험한 여인이었다.

여염집의 신부라면 또 모르지만 비빈(妃戚)의 질투를 절대 엄금하는 궁중에서 동궁빈의 신분으로 지나친 질투였다.

『마마. 흥분하신다고 동궁마마께서 금새오시는 것도 아니옵니다. 밤이 깊어가오니 조금만 더 기다려 보시오소서』

『호초야』

『얘, 마마』

『내가 입궁하기 전에 혹시 동궁마마께서 고이신 궁녀가 있었느냐?』

『그런 일은 없었던 것으로 아옵니다. 오직 자선당에서 집현전 학사들과 더불에 강론하시고 독서만 하신 걸로 기억하고 있나이다』

『너는 언제 궁녀가 되어 동궁에 배치되었느냐?』

『사오년 되었나이다』

『그러면 동궁마마께서 잘 가시는 곳이 어딘지 알겠구나』

『방금 여쭈었지 않습니까.마마.동궁 저하께서는 자선당에서 공부하시는 것이 하루 하루의 일과였습니다』

『그래도 궁중이 넒은데 자주 가시는 곳이있었을것 아니냐?』

『굳이 자주 가시는 곳을 대라 하시면 양전마마께 조석 문안 올리시는 내전이라고 아뢸 수밖에 없사옵니다』

『네가 만약 나를 속이면 가만두지 않겠다』

『어찌 감히 휘빈마마를 속이오리까』

『내가 답답해서 죄없는 너를 달달 볶는구나.날씨가 쌀쌀하고 밖이 어둡지만 동궁마마께서 늦게라도 오시는가 네가 좀 나가 보아라』

『예. 마마』

호초는 일어서서 륏걸음질로 밖으로 빠져나갔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