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절도용의자로 몰아 사건무마 시도
해당직원 사측행태에 분노 리베이트 폭로

대전·충남 의료계 리베이트 의혹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이번 파문의 진원지인 K 제약사가 리베이트 실체를 은폐하기 위해 일부 영업사원에게 범죄 누명을 씌우려 했다는 정황이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다.

K 제약사는 지난 2008년 대전지점에 보관 중이던 4억여 원 어치의 의약품 중 3500만 원 상당의 의약품이 없어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조사과정에서 당시 K 제약사 과장 A 씨의 보안카드를 이용해 사무실에 들어간 영업사원 B 씨를 용의선상에 올렸다.

경찰은 당시 A 씨가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보안카드를 분실했다고 진술한데 이어 B 씨의 계좌에서 의약품 도난액수와 같은 3000여만 원의 거래 흔적이 나오면서 B 씨를 절도 용의자로 특정했다.

그러나 B 씨는 경찰조사에서 당시 사무실에 들어간 것은 자신의 직속상관인 A 씨가 자신의 열쇠지갑을 가져오라는 지시에 의한 것임을 들어 결백을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게 B 씨의 주장이다.

특히 K제약사는 B 씨의 계좌에서 드러난 3000여만 원이 도난 의약품 판매대금이 아닌 지역 병원 및 보건소 등에 제공된 리베이트였다는 점에 주목, 경찰조사에서 드러날 것을 우려해 사건 무마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제약사 관계자는 B 씨에게 “회사에서 불이익이 없도록 처리해 줄테니 리베이트로 제공한 것에 대해 절대 함구하라”며 “병·의원 관계자 등에게 개인적으로 돈을 빌려 주기 위해 통장에 돈을 준비해 둔 것”이라고 진술할 것을 종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회사 측의 약속과 달리 절도혐의가 자신에게 맞춰지는 것을 알게 된 B 씨는 경찰 수사과정에서 진술내용을 번복하고, 사실은 리베이트로 제공된 금액이라는 사실을 털어놓게 됐다.

더욱이 통장에서 오고간 입출금 내역에 대한 계좌 추적을 통해 당시 3000여만 원이 지역 의료계 인사들에게 제공된 리베이트라는 정황이 드러나게 됐고, 경찰 수사과정에서 제약사 과장 A 씨의 의심스러운 행적도 포착됐다.

당시 제약회사 대전지점장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없어진 의약품을 제자리에 갖다 놓으면 문제삼지 않겠다”고 말한 며칠 후, H 택배 회사로부터 일부 의약품이 되돌아오는 과정에서 택배회사 직원이 제약사 과장 A 씨를 지목하는 등 혐의사실을 뒷받침할만한 여러가지 단서가 확보됐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제약사는 리베이트 실체가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B 씨를 용의자로 내세웠고, 급기야 B 씨는 절도 용의자로 누명을 뒤집어쓰게 됐던 억울함과 제약사의 이율배반적인 행태에 분노해 치유하기 힘든 정신적인 충격을 입을 수 밖에 없게 됐다는 것.

B 씨는 특히 배신감과 경찰 수사에 대한 압박감, 불신 등으로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리는 한편 정신과 치료는 물론, 수차례 자살 결심까지 하는 등 고통의 세월을 보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K 제약사 관계자는 “사실 관계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대답을 피했다.

나인문·권순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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