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北門 <1224>

조종사 글임용운 그림

『외조부가 죄인이라 하여 왕자들에게 화가 미칠 리가 있소? 중전은 조금도 심려치 마시오. 팔대군이 탈없이 자라 준 것만도 대견하지 않습니까? 중전의복이오』

『전하의 복이십니다』

『그렇소. 나는 다복한 임금이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듯이 팔대군이 다 소중하고 대견하구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날 없다고 자식이 많으니 걱정도 많습니다. 무엇보다 장자인 세자가 섬약하여 걱정이오이다』

『과인도 그게 걱정이오. 수양(首隅)이 성질이 좀 괄괄하기는 하지만 세자보다 건강하고 경륜이 쓸만하오. 내 생각 같아서는 수양이 세자였으면 좋았겠는데…』

『전하, 아무리 수양이 똑똑하고.잘났어도 세자에게 비겨서는 아니될 것이옵니다. 세자가 몸도 약하고 마음도 약하지만 전하 천추만세 후에 왕위를 계승할 국본이 아닙니까?』

『그렇소』

『한배 새끼 도오롱이 조롱이라고 자식이 많으니 타고난 기질이나 성품도 각각입니다.안평(安平)온 풍류랑이 되어 놀기 좋아한다는 소문이 들리니 걱정이옵니다』

『그런 건 걱정하실 것이 없소. 공자 왕손방수하(公子王孫芳鱗下)라고 말이 있지 않소.제왕의 아들이 풍튜장(風流場)에서 좀 놀면 어떻소』

『금성(錦城)도 수양에 지지 않게 성깔이 있어 걱정이옵니다』

『팔대군 하나를 다 걱정하면 어찌 살겠소.중전의 건강이나 돌보도록 하시오』

『신 첩이야 죄인의 딸인데 아무렇게되면 어떻습니까』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시오. 상왕전하께서 승하하시면 다시는 챙천부원군의 죄를 재론(再綸)할 사람도 없을 것이고, 중전을 폐출하라는 압력도 사라질 것이요』

과연 얼마후 상왕 태종이 승하하자 다시는 심온의 죄를 들추는 자도 없고 중전 심씨에 대해 시비하는 신하도 없어졌다. 왕정은 안정되고 태평성대의 기운은 무르익어 갔다. 세종은 많은 왕자 중에 일찍이 장자 향(뒤의 文宗)을 세자로 책봉하였으나 세자가 병약하여 항상 마음을 놓지 못하였다.

둘째 왕자 수양대군을 촉망하였으나 만일 세자를 바꾸면 마음까지 약한 세자가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몰라 차마 어떻게 하지 못하였다. 세자는 대궐 동쪽에 있는 동궁의 자선당(資善堂)에서 당시 집현전 학자로 유명한 신장 탁신. 김돈. 최만리 등을 스승으로 정하고 학문을 닦았다.

원래 총명한 세자는 일람첩기하여 학문이 일취월장하였다. 스승으로부터 감탄을 사고 부왕으로부터 칭찬을 들었으나 섬약한 몸과 신경질적인 성격은 좀체로 고쳐지지 않았다. 세자는 열네살 때 상호군(上護軍) 김오문의 딸 김씨를 동궁빈으로 맞아 휘빈(徽嬪)으로 봉하였다.

?휘빈은 세자보다 두 살 위였고.친정에서 데리고 들어온 순덕이라는 본곁나인외에 호초라는 시녀를 맘에 두고 있었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