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베이로 더 잘 알려진 인구 1800만명의 뭄바이 공항에 도착한 것은 지난 2월 1일 새벽 3시. 후끈한 열대성 밤공기가 숨을 막히게 했다.

더욱 우리를 답답하게 하는 것은 깊은 밤인데도 공항과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이었다. 중국 다음으로 많은 12억 인구 때문일까. 인도에 머무는 동안 어디를 가든, 심지어 농촌이나 문화유적지를 가도 그렇게 사람들이 많았다.

공항에서 호텔로 가는 미니버스에 탔을 때 윙윙대는 모기 소리가 또한번 우리를 당혹스럽게 했다. 하지만 가이드는 이런것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차에 비치된 모기약을 칙칙 뿌렸다. 거리는 아예 혼란스러울 정도로 시끄럽고 질서는 엉망이었다. 도시 한 복판을 어슬렁거리는 소. 심지어 개와 염소까지 자동차 사이를 누비는 진 풍경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그러나 이런 것에 익숙해지면서 그 무질서 속에서도 교통사고 없이 굴러가는 그들의 삶의 방식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첫 번째 대답은 소에 있었다.

인도에는 약 1억9000만 마리의 소가 있다. 세계최대의 소 보유국. 잘 알려진 대로 소는 인도 사람들에게 '신+어머니' 같은 존재다. 소 전체가 하나의 신격화된 존재이면서 몸뚱이 부위에도 신격(神格)을 부여하고 있다. 소 이마는 쉬바라고 하는 신이 있고 가슴에는 스깐다신, 혀에는 사라스와띠신, 등에는 야마신, 소의 젖에는 강가라고 하는 여신, 심지어 소똥에도 락슈미라는 여신이 있고 소의 울음소리에도 베다라는 여신이 살아있어 각자의 역할을 한다고 그들은 믿고 있다.

그러니 감히 거리의 소를 누가 쫓아 낼 것이며 식당앞에 들어 누워있는 소, 쓰레기더미를 뒤지며 먹을 것을 찾는 소들을 누가 쫓아낼 것인가?

도로에 차도와 인도를 경계하는 가드레일이 없는 것도 소들의 통행에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니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한가.

'미국 쇠고기 파동'을 일으킬 만큼 쇠고기를 많이 먹어치우고 하루에도 수많은 소가 죽어나가는 한국 도살장을 인도인들이 보면 기절하고 말 것이다.

인도를 여행하다 보면 소똥을 떡 만지듯 주물러 접시 모양으로 마당에 늘어놓거나 벽에 붙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마당에 말리는 것은 연료용이고 벽에 붙이는 것은 부정한 귀신을 막는 뜻이다. 이처럼 소에서 나오는 모든 분비물은 힌두교에서 중요한 '정화'의 역할을 한다고 믿는것.

결국 소의 정신이 인도인들의 삶을 이끌어 간다. 소의 느린 걸음처럼 서두르지 않고 살아가며 소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그러니 운명에 거역하지 않고 평화로울 수 밖에.

심지어 250년 영국지배하에서 간디를 제외하고는 강열한 독립투쟁의 역사가 없었고 간디의 독립운동도 비폭력 불복종이었다. 영국이 지배하기 전 고아지방 일대를 지배하던 폴트칼의 메리 공주가 영국의 조지왕에게 인도땅 뭄바이를 결혼 지참금으로 선물하는 일이 벌어졌어도 인도인들은 잘 순응했다.

그들이 의지하는 것은 오로지 신. 힌두교에서 소의 신체 부위마다 신이 있듯이 인도에는 모든 사물에 신이 존재하는데 그 수가 3억을 넘는다고 한다. 3억개의 신이 여러형태로 지배하는 나라. 그래서 그들의 경제적 궁핍이나 불편한 환경, 낙후된 도로에도 불평할 줄 모르고 순응하며 죽어 태어날 내세에 희망을 두는 나라, 소와 자동차 오토바이가 뒤엉켜도 차근히 풀어가는 역시 인도는 신비의 나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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