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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그러니까 새상 이목을 피해서 숨어사는 나를 당황하게 만들려고 찾아온 것이 아니라 그 반대라고 한 말이 결국 나더러 인두겁을 쓰고, 내가 내 발로 뛰쳐나온 최씨 집안으로 다시 들어??소리야?」

감동은 참다 못해 파르르「언니, 오해하지 맡아요.언니가 가출한 동기가 뭐였어요? 선돌이 백일기도를 드리고도 씀?을 낳을 자신이 없다는 걱정과 두려움이 가출의 동기 아니었어요?」

「아니야!」감동은 부르짖었다.

「난 악녀야.아니, 난 음부야.하봉래가 증인이지만 난 창기하고 다를 것이 없는 더러운 년이야.호초가 옛정을 생각해서 날 불쌍히 여기고 새사람이 되게 해 보려고 그러는 뜻은 고맙지만 난 한 남자만으론 만족할 수 없는 체질이야.그뿐이 아니야.난 거짓투성이였어.지금 이렇게 상복을 입고 있고 조석으로 익경공(翼景公) 영좌(靈座)에 상식을 올리고 곡을 하지만 그게 전부 허위고 가식이었다는 것을 알았어. 시월이를 불러 물어봐. 난 곡을 하다 킥킥거리고 웃은 년이야.난 결심했어.아무도 날 못 말려.난 이제 내 마음 내키는대로 살거야.난 지금까지 남의 세상을 삼았어.이제 난 나의 삶을 살아갈 거야.제발 동정도 하지 말고 간섭도 하지말아줘. 난 자유스럽고 싶단말야」

감동은 제풀에 감정이 격하여 눈물을 찔끔찔끔 쏟으며 상복 저고리와 치마를 차례로 벗어 내동댕이쳤다. 그리고는 내복 바람으로 일어서서 의릉 문을 열고 다홍치마를 꺼내 걸치고 자주빛 삼회장을 단 노랑저고리를 꺼내 입었다.

「?」

「?」?

감동의 발작적인 행동에 호초와 하봉래는 입을 딱 벌리고 겁먹은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이때 마침 갑생이가 돌아와서 대문을 두드리고 있었다.문간방에서 하봉래의 몸종아이 등구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시월이가 나가서 대문을 따 주었다.

「아씨마님 제비부리신 찾아왔어」갑생이는 어둠 속에서 운혜 한 켤레를 불쑥 내밀며 안방쪽을 바라보았다.

「누가 왔어?」

「응, 손님이 오셨어」

「어떤 손님?」

?이때 안방문이 열리면서 다홍치마에 노랑삼회장 저고리로 성장을 한 감동이 밖을 내다보았다.

「갑생이 들어왔냐?」

「예」

「이제는 내가 곡할 일도 없고 너보고 따라서 곡하라고 할 일도 없을 것이다」

「아씨마님 그게 무슨 맡씀이신가요?」

갑생이는 감동이 상복을 벗고 신부처럼 고운 옷으로 갈아입은 것을 보고 의아해 하였다.

「시월아, 내 운혜 이리 가져오너라」

감동은 시월이가 갖다 준 운혜를 방 안에서 꿰어신고 두 팔을 벌리고 춤을 추듯 빙그르르 한바퀴 돌았다.

「어때, 나 아직도 새색시 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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