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대전·충남 종합병원 리베이트 의혹 실체 추적]
학술경비 명목 지원에 술·골프접대까지
영업사원 운영비 형태로 자금관리 의혹
사법당국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제약사들이 자문료, PMS비(의약품시판후조사) 등으로 리베이트를 둔갑시키거나 영업사원의 영업운영비 형태로 자금을 관리하는 등 의료계의 해묵은 금전 뒷거래 관행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충청투데이가 K 제약회사 영업직원들의 금융 거래내역서를 단독 입수해 분석한 결과, 제약사 및 직원과 병원 의사들간에 계좌 등을 통해 주기적으로 금전이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충남의 모 의료재단은 2008년 제약사 직원이 이른바 ‘상품권깡’을 통해 조성한 3000만 원이 두 차례에 걸쳐 이사장 명의의 법인계좌에 입금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금액은 K 제약사가 출시한 약을 병원 측이 선정한데 따른 일종의 리베이트.
이 의료재단이 받은 3000만 원은 K 제약사가 납품한 6~7개 품목 10달치 약값의 20~30%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제약사의 본사와 지점 직원 간에도 리베이트 형태의 자금이 이리저리 오간 것으로 나타나 지점 뿐만 아니라 본사 차원에서도 병원 리베이트에 관여하고, 정부의 리베이트 근절대책에 대비해 온 정황이 포착됐다.
이들 제약사 영업직원의 금융거래 내역서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말 K 약사 본사에서 대전지점 영업직원들에게 1000만~2000만 원 가량을 일괄 지급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9월부터 리베이트 적발땐 약값을 강제 인하시키는 등 제약사 제재 조치가 전면 시행되는 것을 피해 3개월 분의 리베이트 금액을 미리 선지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대두되고 있다.
정부가 대표적인 의약품 유통질서 문란행위로 지적한 자문료 또는 강연료 지원, 세미나 학회 등의 지원 등의 행태도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충남의 모 대학병원 외래교수는 이 제약사로부터 한달에 수십만 원의 금전을 자문료 명목으로 받고 있었으며, 강연료, 세미나 참석에 따른 경비 지원 등도 제약사의 몫이었다.
일부 병원 의사는 제약사로부터 골프용품을 지원받으면서 제약사 법인카드로 결제된 흔적을 남겼다.
골프, 술 등 향응접대와 위장기부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에 대해 이번 리베이트 파문에 거론된 의료계 인사들은 본보와 전화통화에서 리베이트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대전·충남 모 대학병원 인사는 “약에 대한 부작용이나 출시될 약의 효과 등을 제약사쪽에 설명해주고 자문료를 받기는 했지만 리베이트는 절대 아니다”라며 “자문료에 따른 세금도 납부해 불법적인 게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의사들의 자문료는 신규 출시된 품목에 대해 약 1년 정도 이뤄지는게 일반적 견해”라며 “이들 의약품목에 대해 4~5년 넘게 자문료를 받고 있다면 리베이트로 볼 수 있는 소지가 많다”고 말했다.
서이석·권순재 기자 abc@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