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후보 상대 비방·흑색선전 속출
공명선거·정책마련 뒷전 … 정치권 불신 심화

6·2 지방선거를 110여 일 앞두고 광역단체장 후보들을 대상으로 한 신경전이 ‘조기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공명선거 및 정책마련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시점에 후보들 간 ‘말싸움’이 과열되면서 ‘비방선거’, ‘흑색선전’의 구태가 또다시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표출되는 상황이다.

대전시장 예비후보인 민주당 김원웅 전 의원은 지난 8일 개최한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염홍철 전 시장에게 ‘독설’을 쏟아냈다.

김 전 의원은 최근 자유선진당에 입당한 염 전 시장을 향해 “대전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염홍철이라고 구호를 내세웠는데 너무 오만하다”며 “자칫 대전하면 변절의 고장, 기회주의자로 다른 지역에 인지될까 걱정”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또 “정치인은 만절(晩節)이 중요하다. 독립운동하다 뒤늦게 친일하면 변절자로 기록된다”며 “염 후보가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도 염 전 시장의 당적변경을 두고 “입신양명을 위해 이곳저곳 기웃거리는 시장병 환자”, “사리 사욕을 위한 정치 철새”라고 강도높은 비판을 쏟아내기도 했다.

최근엔 박성효 대전시장이 당적을 옮긴 일부 정치인들에 대해 “기본이 안 된 사람”이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도 치열한 언쟁이 펼쳐졌다.

민주당 대전시당은 논평을 통해 “박 시장의 발언은 큰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예비후보 등록과 함께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니 본인도 정치 행보를 하긴 해야겠고 현역 현직 시장이라는 프리미엄은 또 그것대로 누려야겠다는 ‘양손의 떡’을 바라보는 심보”라고 비난했다.

자유선진당 또한 박 시장에 대한 공세수위를 차츰 높여가고 있다.

자유선진당 대전시당은 “대전시가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워크숍을 줄줄이 잡아놓고 있다. 6월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불순한 저의가 깔려 있을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박 시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또 “시청 내에선 공무원이 직접 선거에 개입할 수 없으니 그 가족을 활용하기 위해 공무원과 가족들이 어떤 교회에 나가는지, 어느 절에 다니는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는 형편”이라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재선 대전시당 위원장은 지난달 정운찬 총리를 영접한 박 시장을 향해 ‘매국노’라고 격앙된 목소리를 쏟아냈고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얄팍한 꼼수로 지역주민을 우롱하는 선진당”이라고 대응했다.

‘저질 쇼맨십 정치’, ‘폭거’, ‘대역죄인’ 등 상대 후보를 향한 원색적 비난 또한 봇물을 이루는 상황이다.

이처럼 선거를 앞두고 정당과 후보들 간 비방 발언이 쏟아지면서 우려의 목소리 또한 커져가고 있다.

지역의 한 원로 정치인은 “서로에 대한 헐뜯기식 언쟁이 가열 될수록 정치권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과 냉소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선진화 된 선거문화를 만들기 위해선 정치인들 스스로 자제, 자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진창현 기자 jch801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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