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황제폐하는 한국 전체에 관한 일체 통치권을 완전히 그리고 영구히 일본 황제폐하에게 넘겨준다"

이것은 1910년 8월 29일 체결된 이른바 '한?일합방'조약 8개조의 첫 번째 규정된 내용이다.

그렇게 하여 태조 이성계로부터 마지막 순종임금에 이르기까지 519년을 이어온 조선은 국권을 잃고 일제식민지로써 굴레를 뒤집어 써야했다. 나라를 강탈당한 1910년- 그로부터 올해 100년을 맞이한다.

특히 올해는 이등박문을 살해 하여 민족의 한을 푼 안중근 의사가 감옥에서 처형 된지 100년이 되는 뜻 깊은 해다. 그래도 하늘은 굴곡의 100년 역사가 시작될 1910년대에, 이 나라에 국운을 일으킬 인물들을 낳게 했다.

1910년 삼성그룹을 일으킨 이병철회장이 태어났는데 이달로 100주년이 된다. 같은 10년대에 5년 차로 정주영 현대그룹회장이 태어났고, 7년 뒤 박정희 전 대통령이 태어났다.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이들 세 사람은 6.25전쟁이 났을 때 세계 사람들이 지도에서 한국을 찾지 못할 정도로 이름도 없고 풀뿌리를 캐먹으며 보릿고개를 넘던 가난한 나라를 오늘 세계가 부러워 할 경제선진국으로 우뚝 서게 한 중심역할을 했다.

그래서 이제는 100년 전 일본에 당했던 치욕을 씻고 오히려 일본과 경쟁하는 당당한 위치에 올라 설 수 있게 됐다. 그것을 나라의 대운으로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참으로 100년이 갖는 의미를 설명하는데 말이 필요 없다. 100년을 넘은 대학 캠퍼스에 들어서면 그 두꺼운 역사적 분위기에 압도당한다. 그런 대학에는 노벨상은 물론 시대를 이끈 위대한 인물들이 많다. 100년 넘은 언론, 100년 넘은 국회, 100년의 소나무... 마을 역시 100년 거목이 입구에 버티고 있는 곳은 어딘가 전통과 무게가 있고 질서가 자리 잡고 있다.

우리지역에도 100년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곳이 몇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 대전 삼성초등학교가 내년에 100년을 맞는 등 5-6곳이 있고, 종교적인 것으로는 공주의 중동성당, 당진 합덕 성당이 박해와 수난을 이겨온 100년의 연륜을 자랑하고 있다.

또 하나,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올해로 100년을 맞는 곳이 있다.

연기군 금남면 금천리, 금화산이 포근하게 에워싸고있는 양지바른 언덕의 금강대도(金剛大道). 강원도 통천에서 제1대 이승여 도주에 의해 창시된 금강대도는 1910년, 그러니까 한?일합방이 되던 해 계룡산 자락을 찾아 이곳에 터를 잡았으니 올해로 꼭 100년을 맞는다.

당시로서는 감히 말하기도 힘든 계급타파, 남녀평등을 내걸고 유?불?선 3종을 이념화한 것이 금강대도다. 일제식민지 아래서는 혹독한 탄압을 받기도 했다. 신사참배와 천황경배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1941년 12월 7일 밤을 기해 일본 경찰은 금천리 일대에 잠복해 있다가 금강대도를 급습, 모든 서류와 경전을 압수하고 53명의 신도들을 포승에 묶어 대전 ? 공주 ? 조치원 3개 경찰서로 압송했다.

일본 경찰은 무자비한 고문을 시작했고 재판도 시작되기 전 10명이 고문에 목숨을 잃었다. 6.25때는 이곳을 점령한 인민군에 의해 위협을 받는 등 100년의 세월을 견디어 내면서 오늘을 지켜왔다.

100년- 그것은 큰 거목과 같다. 인물, 학교, 종교, 기업... 이들이 때로는 비바람에 가지가 부러지는 등 많은 상처를 입어도 그 세월의 두께를 누구도 어쩌질 못하는 거목을 우리는 우리 주변에서 찾아내고 외경의 눈으로 바라봐야 할 것이다. 정말 이 100년의 거목들을 보라. 새로 시작하는 100년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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