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명문대학에서 공부하고 뉴욕의 금융가에서 잘 나가던 우리 젊은 두뇌들이 곧 잘 한국으로 돌아와 일자리를 찾고 있다. 그 사정을 들어보면 심각하다. 미국의 대기업과 금융시장에 중국의 자금이 진출하면서 미국계 중국인, 소위 '중국계 미국인'이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곧 한국인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가 중국인으로 바뀌어지는 것을 뜻한다. 미국의 변호사업계도 마찬가지다. 대형로펌들이 한국계 변호사를 퇴출시키고 중국계 변호사를 선호하기 시작했으며 그래야 중국 기업과의 분쟁사건을 수임하기 쉽다는 것이다.

미국에서의 아시아 파워는 이렇듯 백악관, 국무성에서부터 보이지 않는 곳에 까지, 우리가 '화교'라고 부르는 중국계 미국인으로 넘어가고 있다. 그것은 순전히 중국의 자금이 미국으로 스며들면서 부터이고 지금 이 순간도 중국인의 미국이주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세계최고인 2조 1316억 달러를 넘었다. 우리나라의 9배에 달하는 숫자다. 지난해 상반기 전 세계가 경제불황으로 전전긍긍할 때 중국은 세계 1위의 무역량을 과시했다. 미국, 일본, 영국, 심지어 독일 까지도 따돌렸다. 이와 같은 경제적 배경을 안고 작년 7월 워싱턴에서의 '미 ? 중 전략회의'에 참석한 중국대표는 미국경제정책에 훈수까지 했다.'왜 미국은 저축률을 높이지 않느냐'고. 미국은 자존심이 상했지만 꾹 참고 오히려 중국에 미국의 채권을 사달라고 부탁했다.

이렇게 중국의 지위가 달라졌다. 중국이 변한 것은 경제만이 아니다. 엄청난 군사력에서 이미 미국을 넘보기 시작했다. 핵 항공모함, 핵잠수함, 핵무기, 유인우주선, 미사일 등등 모든 분야에서 군사강국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이것은 곧 국제적 발언권을 뜻한다.

중국은 올해 '좌구망십'(坐九望十)이란 표현으로 중국경제를 전망했다. GDP(국내총생산)의 성장률이 9%는 무난하고 10%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중국만이 유일한 고도성장 국가다. 그래서 이제는 G 20이니, G 7이니 하지 않고 아예 미국과 중국, 두 나라 즉, G 2가 지배한다는 뜻으로 'G 2시대'라고 까지 한다. 일찍이 중국의 진시황은 북방 민족을 막기 위해 만리장성을 쌓았다. 그러나 그 엄청난 규모의 만리장성도 북방민족의 침략을 감당하지 못했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의 밀려오는 파도를 막기 위해 미국에 보이지 않는 '만리장성'을 쌓았다. 그러나 미국이 쌓은 만리장성도 점점 무력해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 머지않아 흑인인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듯 중국의 '王서방'이 백악관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1895년 독일 황제 빌헬름 2세가 설파한 '황화론'(黃禍論)이 떠오른다. 그렇게 서구문명은 중국문명과 충돌을 일으키며 침몰하는가? 정말 중국은 이제 옛날의 중국이 아니다. 무엇이든 집어삼키는 공룡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식량에서부터 철강, 목재, 심지어 고철 덩어리 까지 '공룡 중국'이 손을 대면 세계 자원시장은 바닥이 난다. 중국이 자동차 1억대가 되는 날 세계 철강재는 바닥이 날것이라고 까지 한다. 그래서 日本의 새 정부까지도 '미국 行'보다 '중국 行'으로 기울고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더 두려운 것은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 진흙탕 싸움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 정치다. 지난주 삼성의 이건희 전 회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10' 전시회에서 '모두가 정신 차려야지 까딱하면 구멍가게 된다' 는 말은 정말 우리를 정신 차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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