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선 카이스트 경영과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자타가 공인하는 인터넷 강국이다. 그러나 여기서 인터넷은 유선인터넷을 의미한다.

즉 가구당 유선인터넷 보급률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첫째이나 무선인터넷의 활용, 특히 무선랜의 보급에 있어서는 여러 선진국에 크게 뒤처져 있다.

무선랜은 약 100m 이내의 좁은 지역에서 무선으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로서 빵집, 커피숍, 호텔, 공항 등에서 무료 또는 유료로 제공되고 있다.

이처럼 무선랜서비스가 가능한 지역을 핫스팟이라고 하고, 미국에서는 거의 모든 제과점, 책방, 커피숍이 핫스팟으로서 무선랜서비스를 무료 또는 유료로 제공한다.

미국은 현재 초고속인터넷의 가구당 보급률에 있어서 세계 17위지만, 약 6만 7800여 개의 핫스팟을 갖고 있으며 이중 64.7%가 무료 이용 핫스팟이다.

따라서 미국에서 젊은이들은 요금걱정 않고 아이폰을 이용하여 멀티미디어 파일을 내려 받고, 데이터 통신을 즐긴다.

반면 우리나라에는 서비스 가입자만이 이용할 수 있는 약 1만 3000여 개의 폐쇄적 핫스팟이 존재하고 무료 개방형 핫스팟은 아직도 일상 생활공간에서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심지어 초고속인터넷을 이용하는 가입자도 집에서 한 대의 컴퓨터만 무선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통제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무선랜 이용여건이 척박한 것은 아직도 통신시장이 독과점적인 공급자위주의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공공서비스 제공을 위해 자가통신망을 갖추고 있고, U-City사업과 관련하여 지자체의 자가통신망 구축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의 자가망 구축과 관련하여 통신사업자와 방송통신위원회는 망의 중복 건설은 비효율적이라고 반대하고 있으나, 이는 편협한 공급자 시각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반대로 지자체의 자가통신망 구축을 적극 찬성한다. 그 이유는 지자체가 자가통신망의 일부를 개방하여 지역주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소득계층간 정보격차도 완화할 수 있으며, 지역 통신시장에서 통신사업자간 경쟁을 촉진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 캐나다, 유럽의 여러 지자체는 공공용으로 구축한 자가망의 일부를 개방하여, 지역주민과 여행객이 무선랜 서비스를 무료 또는 유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제과점, 커피숍 등이 지자체 통신설비의 일부를 저렴한 가격에 임대해 지역주민에게 무선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할 수 있게 하면 지역의 자영업자와 주민에게 득이 된다.

아울러, 무선랜 기능이 장착된 스마트 폰의 보급이 확대되는 추세를 감안할 때 여행객들이 무료 무선랜을 사용할 수 있는 핫스팟을 관광지와 시내중심가에 많이 구축하면 국내외 여행객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

또 지역 및 전국 통신사업자들이 지자체의 자가망 일부를 임대하여 해당지역에서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면 지역 통신시장에서 경쟁을 활성화시킬 수 있고, 그 혜택은 지역의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아울러 이 경우 지자체가 일정 소득수준이하의 가구에게는 할인된 가격에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면 소득계층간 정보격차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우리 지자체가 충청지역을 우리나라에서 무선인터넷을 이용하기 가장 좋은 지역으로 만드는 첫해가 되기를 신년 벽두에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