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충청투데이 아젠더]충청의 비상 새로운 미래로

▲ 대전의 동방여중 1학년 자모회에서 처음 만난 이들은 독거노인 봉사활동으로 이어지며 더욱 끈끈하고 의미있는 이웃공동체로 거듭났다. 핏줄이 아닌 따뜻한 가슴으로 인연을 맺고 서로 마음의 벽을 허물며 살아온 지 어느 덧 15년. 이들에게 '이웃'은 살가운 정(情)이자 아픔을 보듬고 희망을 일구는 든든한 후원군이다. 왼쪽부터 박순자(62·대전 서구 복수동), 신영심(55·정림동), 신경숙(50·정림동), 오희향(55·도마동) 씨.

김상용 기자 ksy21@cctoday.co.kr
누가봐도 영낙없는 가족(家族)이다.

큰형님, 언니, 동생 호칭이 도통 자연스러운게 아니다. 얼굴을 보자 마자 만발하는 웃음꽃에 주위가 시샘할 정도다.

핏줄이 아닌 따뜻한 가슴으로 인연을 맺고 서로 마음의 벽을 허물며 살아온 지 어느 덧 15년.

이웃 집에 대한 관심이 되레 결례가 된 소통 부재의 세상이라지만 이들에게 ‘이웃’은 살가운 정(情)이자 아픔을 보듬고 희망을 일구는 든든한 후원군이다.

박순자(62·대전 서구 복수동), 신영심(55·정림동), 오희향(55·도마동), 신경숙(50·정림동) 씨.

이들은 대전의 동방여중 1학년 자모회에서 처음 만났다.

학부모들간의 의례적인 만남이 서로 없으면 못사는 이웃 사촌이 될 지 이들도 전혀 예상하진 못했다.

처음엔 어색했던 사이가 함께 하며 정을 나누는 동안 이젠 한가족이나 다름없는 형님, 동생이 됐다.

“누구 하나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15년 동안 끊기지 않고 잘 융화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박순자씨)”

서로에 대한 존중과 존경심은 단 한번의 위기없이 우애를 이어가는 핵심 코드였다.

어려운 일이 있다면 한 걸음에 달려왔다. 근처 동네로 이사한 가족도 있었지만 그럴수록 더욱 마실을 다녔다.

멀어지면 한없이 남이지만 가까워지면 더할 나위 없는게 이웃이다.

“어렸을 때 이웃들과 부모님들이 같이 도우며 살았던 그런 푸근한 정이 느껴져요. 오랫동안 알아왔지만 얼굴 한번 찡그린 적이 없습니다. 고마운 사람들이죠. (신영심씨)”

사교육 등 자녀교육에 국한됐던 관심사는 자녀들이 취업하고 결혼적령기가 되며 서서히 자녀혼수 문제, 남편과 부부관계 등으로 넓혀졌다.

자신이 잘하는 것은 다른 사람이 필요로 하고, 또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은 형님 동생의 도움을 받고, 서로 나눌 수 있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막내 격인 신경숙씨는 “형님들이다 보니 솔직히 꺼내기 어려운 자녀, 부부 문제도 다 나눈다”며 “갈필을 못잡을 때 형님들에게 상담하면 금방 해답이 나온다”고 형님들을 치켜세웠다.

동생의 칭찬에 가만히 있을 형님들이 아니다.

큰 형님인 박순자씨는 “나이가 저보다 어리지만 정말 배울게 많다”며 아랫 동생 챙기기에 여념없다.

자모회로 출발한 이들의 만남은 독거노인 봉사활동으로 이어지며 더욱 끈끈하고 의미있는 이웃공동체로 거듭났다.

평소 사회복지에 관심이 많던 신경숙씨가 대전지역 독거노인 봉사활동을 한번 해보지 않겠냐는 권유에 모두가 선뜻 동참하게 됐다.

현재 같이 하는 이웃들만 이들을 포함해 모두 14명. ‘도우리’, ‘나누리’, ‘푸르리’ 등 3개 모임으로 나눠 10여 년째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처음엔 누군가를 돕는게 어색하고 다소 쑥쓰러웠지만 지금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게 자신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는 것을 알았다.

오희향씨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너무 좋은 분들을 만났다”며 “힘이 있는 한 봉사활동을 하는게 조그마한 소망”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도 매주 장태산 인근 독거노인 시설을 찾아 밑반찬 서비스 등에 도움을 보태고 있다.

대전 동구 판암복지관 등 독거노인이 많은 곳을 찾아다녔지만 최근 나이탓인지 힘에 부쳐 찾아뵙지 못하고 있는게 못내 가슴에 남는다.

이웃간 우애가 좋아지면 남편과 자녀 등 가족간 사랑도 든실해진다고 이들은 강변한다.

틈틈이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것도 남편이 이해해주고 가족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 가능하다. 고마운 마음은 이웃과 사회를 돌아 그대로 가족에게 되돌아간다.

“덕분에 남편과 관계도 좋아지고 젊어지는 기분이예요.”

2010년 경인년(庚寅年) 새해벽두. 화두는 행복 바이러스 바로 ‘이웃’이다.

글=서이석 기자 abc@cctoday.co.kr

사진=김상용 기자 ksy21@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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