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규환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지난 7월 10대 차세대 성장 동력이 확정됐다.

디지털 TV·방송, 디스플레이, 차세대 반도체, 바이오 신약 등 10대 분야에 국가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10년 후 소득 2만달러 시대를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국가 전체의 연구개발비 규모가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 비교할 수조차 없이 적은 상황에서 규모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한 남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차세대 성장동력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차세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이미 기술이 상당 부분 성숙돼 있고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가 있다.

반면, 바이오산업과 같이 아직 기초 연구단계에 머무르고 있고 경쟁력도 세계적인 수준에 못 미치는 분야도 있다.

국내 굴지의 기업들은 이미 이번에 선정된 차세대 성장동력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해외에 공장과 연구소를 세우고 현지 우수인력을 채용해 연구개발과 마케팅을 하고 있다.

그러나 바이오산업 분야에는 아직 대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를 꺼리고 있다.

아직 돈이 될 만한 단계에 이르지 못한 것이다.

바이오산업 분야에서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한 전략이 다른 분야와 차별화돼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국내 연구개발 자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은 국제협력이다.

복합화, 융합화, 대형화되는 최근 과학기술의 경향은 기술선진국들과의 기술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바이오산업은 기초단계에서 전략적 제휴가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세계 10대 제약기업과 바이오 벤처기업과의 제휴 중 약 70%가 기초연구단계에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기초단계에서부터 기술선진국들과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러한 기술협력의 한 방안으로 정부는 세계적인 연구기관의 국내 분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외국 연구원의 분원 유치는 그동안 정보나 인적 네트워크에 의존한 피상적인 협력에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무언의 지식들을 체득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도 올해 세계적인 암 연구기관인 미국의 프레드허친슨암연구소에 공동연구실험실을 설치하고, 국내 분원을 추진하고 있다.

무분별한 해외진출 혹은 분원 유치는 분명 문제가 있다.

하지만 철저한 사전준비와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면 우리 연구개발 경쟁력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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