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서천 장항산업단지 첫 삽 뜰까

▲ 장항산업단지 조성 부지
충남도와 서천군의 14년 숙원인 장항국가산업단지가 과연 내년에는 첫 삽을 뜰 수 있을까.

지난 89년 정부의 지역 균형개발 의지와 21세기 서해안 시대의 중추기능 수행을 위해 서천 장항과 전북 군산에 각각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키로 한 지 올해로 14년차가 된다.

현재 군산산업단지의 공정률은 70%에 이르고 있으나 장항산업단지는 0%.

'지역 균형개발'을 명분으로 정부에서 지정한 장·군산업단지가 지역간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꼴이 되고 있다.

14년이란 세월이 흐르면서 군산산업단지는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으나 장항산업단지는 해마다 곧 착공할 것처럼 말만 무성할 뿐 주민들의 기대를 외면해 왔다.

주민들은 그동안 정부에 진정도 내고 성명을 통해 촉구도 하고 시위도 벌였으나 공허한 메아리에 머물뿐이다.

특히 서천군은 내포문화권, 백제문화권 등 충남의 거시적인 개발계획에도 배제돼 있어 주민들은 오로지 장항산업단지 착공에 매달리는 양상이다.?

장항지구 개발이 지연된 가장 큰 이유는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등 부처간 이견 때문이다.

건교부는 한국토지공사와 사업시행을 검토했으나 환경부와 해수부에서 해양오염 방지를 위해 사업구역 축소와 사업지구에 별도의 수로 개설을 각각 요구하고 나서 사업시행 전부터 발목이 잡혔다.

결국 건교부는 이들 부처의 요구를 받아들여 사업지구를 490만평에서 425만평으로 축소했으나 해수부가 또 축소된 지역에 부두 건설은 안된다는 의견을 제시해 면적을 445만평으로 최종 조정했다.

국무총리령으로도 지난 99년 말에 장항산업단지 활성화 대책이 제시되는 등 가시화되는 듯했으나 정부의 의지 미흡으로 답보상태에 놓이게 됐다.

서천군 장항읍과 마서면 서측 일원 1471만 2000㎡에 1조3206억원을 투입, 조성키로 한 장항산업단지는 현재 한국토지공사에서 어업권 보상(1724억원)을 98% 완료한 상태다.

이에 따라 장항산업단지의 내년도 착공 여부는 건설교통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도 77호선과 연결되는 호안도로 공사비 31억원이 승인되느냐에 달려 있다.

내년에도 착공되지 못할 경우 현재 투자된 보상비 1724억원, 진입도로 471억원 등 총 2195억원을 손실처리할 수밖에 없으며, 조류변화로 도류제시설에 토사가 퇴적돼 해수오염과 어업활동이 어렵게 된다.

또 정부와 역대 대통령들의 선거공약 미이행으로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성이 추락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현재도 장항산업단지 조성이 계속 지연되면서 지역의 민심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으며, IMF 이후 전국적으로 미분양 단지가 넘치고 사업시행자인 토지공사도 재정악화를 이유로 신규 투자와 사업 추진에 미온적인 상황이다.

분양가의 경우 군산은 평당 32만원인 데 반해 장항산업단지는 48만원으로 책정돼 산업단지 조성 이후 분양을 할 경우 기업 유치와 실수요자 확보, 경쟁력에서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

따라서 장항산업단지 분양가도 군산과 같이 30만원 정도가 적정하며, 현재 토지공사와 정부가 사업비를 50%씩 부담하는 방식에서 정부가 20% 이상을 더 부담하면 분양가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관계기관의 설명이다.

해수면 매립 역시 고매립에서 저매립으로 공법을 변경하면 2000억원 정도의 사업비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군산단지와 국도 77호선을 연결하는 장군대교가 건설되고, 상호 기능을 통합할 경우 관광·산업을 통한 지역 균형발전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에서 국토의 난개발 방지를 위해 관련 법률을 정비하고 수도권 과밀화 규제를 강화한다면 장항산업단지에 많은 기업의 입주도 촉진될 수 있다.

따라서 장항산업단지 조성은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언제 착공될지 불확실하지만 장항산업단지는 서해안고속도로 개통 등 기업하기 좋은 기반시설이 확충돼 있고, 향후 대중국 전진기지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최근 신행정수도 충청권 건설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수도권 및 영·호남권에 소재한 기업들의 분양 문의가 잇따르는 등 충청권이 기업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앞으로 장항산업단지의 운명은 국회 예결특위에서 호안도로 공사비가 확보되느냐에 달려 있으며 정부와 충남도, 서천군 등이 국가산업의 전초기지로 장항산업단지를 육성시킬 의지가 있느냐에 이 공단의 성패 여부가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유효상·서천=노왕철·사진=채원상 기자

"국비확보·기업유치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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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소열 서천군수

나소열 서천군수는 "내년에는 반드시 장항산업단지 조성의 첫 삽을 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장항산업단지 조성이 지연되는 이유는.


"서천군민들의 노력에도 불구, 장항 국가산업단지 조성이 늦어진 이유는 충남지역 정치인들의 확고한 추진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중앙에서 장항산업단지를 충남의 이슈로 이끌어 내지 못했다."

-장항산업단지 조성의 문제점은.

"14년 숙원인 장항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사활을 건 총력전을 폈지만 우리 힘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항상 석문국가산업단지와 묶여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사업의 우선 순위가 분명치 않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동일하게 취급한다."

-장항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노력을 기울인 점은.

"주민대책위에서 수차례 건교부를 방문해 항의하고 성명서와 집회 등을 통해 압력도 행사했다. 정부 관계자와 정치권 인사들을 만나 장항산업단지 조성의 필요성을 설명한 결과 정부 예산안에 반영돼 국회에서 심의 중이다."

-내년도에 장항산업단지 조성의 첫 삽을 뜨면 어떤 노력을 기울이겠는가.

"사업의 연속성을 위해 충남도와 국비확보, 기업 유치 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이에 필요한 제반 민원을 해소하는 데 적극 나설 방침이다. 또 분양가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분양촉진을 위해 세일즈 행정을 펴겠다."
? /유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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