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우 정치부 차장

내년 6·2 지방선거가 16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차기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연말과 신년이 맞닿아 있는 요즈음, 단체장 후보군들에 대한 품평회가 열리는가 하면 단체장은 ‘정치인’인가, 아니면 ‘행정가’인가라는 해묵은 논쟁이 다시 시작되는 분위기다.

흔히 지방자치단체장은 ‘행정가’인 동시에 ‘정치인’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우선 우리가 집 밖으로 한 발자국만 내딛으면 접하게 되는 거리 모습이나 버스와 지하철 등 교통수단, 녹색환경 등 생활의 질은 단체장에 의해 좌우된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그런 면에선 박성효 대전시장을 주목할 만하다. 사실 박 시장은 지난 2006년 취임 이후 많은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50년 만에 버스노선을 전면 개편했고, 35년 동안 아무도 손을 못 대던 홍명상가와 중앙데파트를 철거했다.

소외받던 시민들을 위한 무지개 프로젝트나 3000만 나무 심기 등은 오랜 행정 경험을 갖고 있는 박 시장이 아니었다면 해낼 수 없었다는 부분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몇 차례의 국책 사업 유치 실패와 정치적 결단의 부족 등으로 인해 그의 정치력은 의심받아 왔다.

박 시장은 중앙정치 무대나 국가 권력층을 파고들기 보다는 시민들의 안정적 삶에 눈을 돌리고 그의 능력을 발휘한 것이다.

박 시장이 ‘행정가’적인 단체장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런 측면에서다.

반면, 얼마 전 사퇴한 이완구 전 충남지사는 ‘정치적’ 행정가라고 볼 수 있다.

“세종시에 지사직을 걸겠다”고 수 차례 다짐해 온 이 전 지사가 정부의 세종시 수정 강행이 구체화 되자 ‘약속’을 지키겠다며 지사 직을 내놨다. 이는 정치에 있어 생명과도 같은 ‘약속’을 지킨 것이다.

그가 도정을 맡은 후 줄곧 보여줬던 저돌적이고 파격적인 면모를 되돌아보더라도 정치적인 행보를 읽을 수 있다.

자리에 연연하기 보단 도민의 대표로서 무거운 짐을 자청해 메고 치열한 투쟁의 장에 몸을 던짐으로써 도민의 정서를 대변하고 응어리를 풀어주는 역할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이 전 지사는 정치적인 단체장이었다.

과연 박 시장과 이 전 지사의 ‘스타일’ 중 어느 것이 옳고 그르다고 할 수 있을까.

단체장에게 정치인과 행정가 중 어디에 속하느냐라는 질문 자체가 애초부터 잘못된 것인지 모른다.

어찌 보면 단체장에게 정치와 행정은 모두 갖고 있어야 하면서도 모두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숙제일 수 있다.

또 단체장을 선출하는 유권자, 즉 시·도민에게는 ‘정치인’ 또는 ‘행정가’ 중 어떤 단체장을 뽑아야 할 지가 고민이다.

또 다시 선택의 시기가 돌아오고 있다. 우리의 현 상황과 미래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어떤 단체장이 필요한지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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