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운 지방부장

반세기 동안 세계가 놀랄 경제 성장을 이루며 눈부신 발전을 이룬 나라 위대한 대한민국.

우린 경제성장이란 달콤한 결과물을 얻었지만 암암리에 많은 것을 잃어야 했고 희생해야 했다.

그 많은 희생 중의 하나가 환경파괴였다.

산업화 일변도의 정책이 지속되는 동안 우리는 물과 토양, 대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오염되는 과정을 묵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엄청난 재앙을 몰고 와 우리에게 아픔과 고통을 안겼다.

뒤늦게 90년대 이후부터 잃어버린 환경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

그 중 하나로 전국에 걸쳐 대대적으로 추진된 사업이 하수종말처리장 설치였다.

하수종말처리장이 곳곳에 생겨나면서 하천의 수질을 이전에 비해 상당 부문 개선됐지만 오염수를 하수종말처리장까지 운반하는 하수관로의 부실로 상당량의 더러운 물이 땅으로 스며들거나 그대로 하천으로 유입되는 등 문제점이 노출됐다.

그래서 2005년을 전후해 전국적으로 하수관거 정비사업이 시작됐다.

부실한 하수관을 견고한 최신식 모델로 교체하고 오염된 물과 빗물의 관로를 별도로 개설해 처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폐쇄회로 TV와 유량계 등을 곳곳에 설치해 하수의 흐름을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는 일도 병행됐다.

지금껏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들여 공사를 벌인 하수관거 정비사업이 2009년을 시작으로 연이어 준공된다.

이제 각 마을의 실개천에서는 자취를 감췄던 열목어, 버들치를 다시 볼 수 있게 되고, 여름이면 아이들이 멱을 감고 노는 모습도 지켜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사업을 진행한 관계자들은 자신 있게 말한다.

하수관거 정비사업을 통해 하천 수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이후에는 하천 주변을 친수공간으로 조성하는 사업이 전국적으로 연이어 추진될 예정이다.

어느 지역에서든 맑은 물을 접할 수 있고 어디랄 것 없이 가까운 하천에만 나가면 가장 쾌적하고 편안한 쉼터를 접할 수 있게 된다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하수관거의 대대적 정비로 각 마을을 가로지르는 실개천의 수질이 개선되기 시작하면 개천이 모여 이루는 강과 호수의 수질이 개선된다는 것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실개천에서 맑은 물이 모아지니 강물이 맑아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충청권을 관통하는 금강과 금강 중간을 가로막아 만든 대청호의 수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것도 이제 시간문제일 뿐이다.

대전과 청주 시민을 비롯해 대부분의 충청지역민들이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대청호의 수질이 개선된다는 것은 우리가 그만큼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독 굴곡이 심한 탓에 유속이 느려 매년 녹조로 심한 몸살을 앓았던 대청호가 이제는 서서히 녹조의 괴롭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됐다니 여간 반갑지 않다.

내년부터 당장 녹조가 사라질 것은 아니지만 가시적으로 농도가 옅어지고, 발생 면적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확신하고 있다.

이제는 매년 여름 황토를 뿌려가며 녹조와 혈투를 벌이는 장면을 사진과 영상으로 전하는 뉴스가 옛이야기가 될 것이라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연을 사랑하고 흠모한다.

누구나 송사리가 헤엄치는 맑은 물을 보면 마음에 평화와 안식을 느끼게 된다.

실개천에 맑은 물이 흐르고, 송사리가 떼 지어 헤엄치는 모습이 일상이 되면 우리네 마음도 서서히 평화와 여유를 찾아갈 것이다.

앞만 보고 전진하며 건조하기 짝이 없는 삶을 살아왔던 지금까지의 모습을 벗어던지고 자연과 더불어 멋과 맛을 즐기는 풍요롭고 아름다운 삶을 향유할 준비를 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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