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독립운동가요 초대 버지니아 주지사였던 패트릭 헨리는 영국 식민지하의 미국인들에게 자존심을 일깨움으로써 독립전쟁에 불을 붙인 것으로 유명하다.

1775년 그는 한 민중대회에서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Give me Liberty, or Give me Death!)라는 역사적인 연설을 통해 미국인의 혼과 자존심을 깨워 개전(開戰)의 불을 붙였다.

지난 1일 오후 2시, 충남도청 대강당에는 각계를 대표하는 500여명의 인사들이 팽팽한 긴장감 속에 연단에 선 이완구지사의 입을 주시했다.

불과 3년 6개월 전인 2006년 7월 제 35대 충남도지사로 취임선서를 했던 바로 그 자리에서 이 지사는 비장한 얼굴로 말을 시작했다.

"나는 말로만 정치하는 정치인이 되기 싫다. 말과 행동으로 세종시 원안 관철을 주장해 왔다. 때로는 너무 저돌적이란 평도 받았고 때로는 퍽 외롭고 좌절감도 느꼈다. 이제 와서 그동안 나의 주장이 허상이 되는 것을 보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합니까? 도지사직을 내놓고 몸을 던지는 길만이 충청인들에게 내가 해야 할 최후의 소임이 아니겠는가?"

그러면서 힘을 주어 '충청인의 영혼'그리고 '충청인의 자존심','신뢰'를 뜨겁게 강조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세종시의 원안과 차이점을 조목조목 거론하며 정부가 오락가락 내놓는 대안들이 원안에 거의 들어있는 것임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소위 도지사인 나에게 한번도 의견을 물어 본 적이 없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천주교 대전교구 유흥식 주교, 마곡사 주지 원혜 스님 등 등단한 성직자들도 인간의 '신뢰'와 '자존심'이 '효율성'보다 더 중요함을 설파했다.

그밖에도 여러 사람들이 '비효율'을 들어 세종시 원안을 수정하려는 정부에 대해 '신뢰성'을 잃는 것은 '효율성'으로 얻어 지는 것 보다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바로 이 때문에 이 지사는 '지사직을 걸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난주 사표를 던지고 말았다. 안되면 몸을 던진다는 약속을 되풀이 했는데 도지사마저 그 약속을 안 지키면 누가 정치인을 믿겠느냐는 메시지다.

그 메시지를 위해 3일 아침 그는 참았던 눈물을 손수건으로 가리며 열정을 쏟아붇던 충남도청을 떠났다.

일찍이 우리 충청도 정치사에 볼 수 없었고 약속 어기는 것을 밥먹듯 하는 우리 정치현실에서 언행일치의 수범을 보였다고 하겠다. 그것은 마치 심청이가 아버지 심 봉사의 눈을 뜨게 하기위해 인당수 거친 바다에 몸을 던진 것을 연상케 한다.

이지사가 이렇게 몸을 던짐으로써 세종시 원안회생을 가져 온다면 그야말로 '살신성인'이다.

그것을 떠나서도 감당하기 어려운 만류를 뿌리치고 자신이 한 말에 몸을 던져 실행하는 모습에서 끝없는 신뢰를 보낼 것이며 상처입은 충청인의 자존심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일찍이 이완구지사의 11대 할아버지 되시는 이광륜(李光輪)의사는 임진왜란 때 중봉 조헌(趙憲)선생과 함께 의병을 모집하여 금산전투(지금의 칠백의총)에서 전사했다.

그 뜨거운 할아버지의 의협심과 애국심은 이 지사에게 그대로 이어져 마침내 몸을 던진 것 같다.

60도 안된 열정적 나이에 지사직을 버린 고뇌에 찬 결단을 색안경 끼지 말고 순수하게 봐야 할 것이다.

그러면 '도지사의 눈물'이 충청인의 에너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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