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역사문화연구원장

박정희 대통령은 박물관을 많이 세웠다. 제주도에 일주도로를 만들고 고속도로, 여러 곳의 산업단지… 등등. 이렇게 많은 곳을 파헤치다보니 문화재와 유물이 여기저기서 쏟아졌고 당연히 그것들을 보존하고 전시하기 위해 박물관을 많이 짓게 되었다.

경제개발은 문화발전에도 공헌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의 박물관 판도를 바꿀만한 대사건이 일어났다. 그 단서는 2007년 5월 18일 태안군 근흥면 대섬 인근에서 김용철(60) 씨가 주꾸미 통발 인양작업을 하다 대접 1점을 건져 올린 것에서 시작됐다.

이에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이 정밀조사에 나서 고려청자 1만여 점을 실은 채 침몰한 고선박 한 척을 확인했다. 며칠 전 필자는 안흥 앞 신진도에서 배를 타고 바다 속 깊은 곳에서 인양작업을 하고 있는 현장을 보고 왔다. 발굴작업을 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기적의 보물 바다'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작업 중인 마도1호 말고도 안흥항 앞 바다가 워낙 물살이 세고 암초가 많아 선박 200척이 난파돼 바다 밑에 가라 앉아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것은 '신동국여지승람'에 태조에서 세조에 이르는 동안(약 60년)에 선박 200척이 침몰하고 선원 1200명이 죽었다고 기록된 것에서 연유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바다 밑 갯벌에 묻혀 있어 보존상태도 양호하다는 이야기다. 이 엄청난 물량을 다 발굴하자면 앞으로도 10년은 더 걸릴 것 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바다 속 갯벌에서 800년 만에 햇빛을 보게 된 마도 1호만 해도 고려청자는 물론 물자이동을 기록한 죽간(竹簡), 벼, 메밀, 메주 같은 곡물에서부터 멸치젓 같은 반찬류까지 1400여 점이 건져졌다. 특히 마도 1호는 언제 출항하고 어떤 물건을 얼마나 싣고 수취인이 누구인지를 소상하게 기록했고 대나무 조각에 먹글씨를 쓴 죽간에는 "개경(개성)의 대장군 김순영 댁에 벼 1섬을 올린다"는 내용의 글이 나왔는데 이것은 국내 처음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들 국보급 유물들이 전남 목포에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주최로 특별전시회가 내일부터 내년 1월 24일까지 열린다는 소식이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중국사람이 먹는다'는 속담대로 도둑맞은 기분이다. 어떻게 자기 지역에서 발굴된 문화재를 보기 위해 3시간 넘게 걸리는 목포에까지 가야하는가.

문제는 태안에 이것을 수장하고 전시할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3년 전부터 여러 차례 충남도와 태안군, 그리고 문화재청이 태안에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를 지어달라고 했는데 지금까지 정부예산조치가 없는 것이다.

사실 이 해양문화재연구소나 박물관이 지어지면 엄청나게 건져지는 해저유물을 보러 오는 관광객으로 태안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 명소가 될 수 있다. 특히 2007년 12월 기름유출 사고 때 세계에 유례가 없는 130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 봉사를 기념하는 2.9㎞에 달하는 세계 최대 벽화가 이원방조제에 그려져 해저유물 박물관과 함께 그야말로 태안은 환상적인 명승지가 될 수 있다.

천리포 수목원을 비롯, 전국유일의 해안국립공원답게 아름다운 송림과 530.8㎞에 달하는 리아스식해안…, 이 모든 것이 올해 702만 명이 다녀간 안면도 꽃 박람회에서 보듯 '해양박물관'만 더하면 이것만 가지고도 태안은 미래에 먹고 살 소중한 꿈을 만들게 된다. 하루빨리 해양박물관을 세움으로써 태안앞바다에 꿈을 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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