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맛집] 국내산 미꾸라지만 사용…깊고 고소한 맛 일품

가을은 미꾸라지의 계절이다. ‘미꾸라지 추’(鰍)자는 ‘고기 어’(漁)와 ‘가을 추’(秋)가 합쳐진만큼 미꾸라지는 그 이름에 가을을 담고 있다. 겨울잠을 앞두고 기름이 잔뜩 오른 미꾸라지로 만든 특별한 음식 ‘추어칼국수’의 원조집을 찾아갔다. 편집자

▲ 대청마루는 칼국수라는 친근한 음식에 보양식인 추어탕을 합친 독특한 메뉴로 선보이고 있다. 권도연 기자

◆추어칼국수 메뉴 독특…13년째 한결같은 인기

사시사철 줄 서서 먹는 칼국수집이 있다. 점심이든 저녁이든 후루룩 빨려 들어가는 면발을 눈으로 따라 먹다 침 닦을 일이 생긴다는 이 집은 ‘대청마루추어칼국수’다.

대청마루는 몸이 허한 사람들에게 으뜸음식인 추어탕과 칼국수를 결합, ‘추어칼국수’라는 신메뉴를 선보여 성공한 집이다. 이층까지 합치면 모두 120명 이상 앉을 수 있지만 점심시간 20~30분 전부터 식당 밖에 긴 줄이 이어진다.

사장 김옥순(51) 씨는 “시댁이 추어탕을 많이 해먹는 금산이라 시동생들이 미꾸라지를 잡으면 시어머니가 추어칼국수를 끓여주시곤 했다”며 “남편 생일에 사람들을 불러 추어칼국수를 대접했더니 팔아도 될 것같다고 칭찬을 해?식당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식당 이름은 3일간?고민하다가 김 씨의 친정이 대청댐 수몰지역이어서 대청마루로 지었다. 이전까지 집에서나 해먹던 추어칼국수 메뉴를 손맛 좋기로 소문난 김 씨가 음식점?메뉴로 개발해 팔며 대박이 났다.?

1997년 6월 대전 대덕구 송촌동에 문을 연 이후, 칼국수라는 친근한 음식에 보양식인 추어탕을 합친 독특한 메뉴로 IMF에도 끄떡없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13년 만인 지난 2월엔 옆자리에 이층짜리 건물을 지어 확장이전했다.

김 사장은 “식당을 한 경험도 없는 둘째 며느리가 자신에게 배운 음식으로 가게를 차리고, 손님이 줄을 서자 누구보다 시어머니가 기특해하신다”고 했다.

▲ 김옥순 대청마루 사장은 시어머니가 금산 집에서 추어탕에 칼국수를 넣고 끓여주던 것을 메뉴로 개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권도연 기자

◆비린내 없는?탕, 비결은 며느리만 아는 '시어머니 비법'

추어칼국수엔 부추·깻잎·호박 등 들어가는 재료는 간단하지만 미꾸라지를 많이 갈아넣어 국물이 걸쭉하다.

고추장을 풀어 얼큰하게 맛을 내는 이 집의 추어칼국수를 두고 ‘최고의 보양식’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일반적인 추어탕은 비린내 때문에 산초를 넣어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집 추어칼국수는 산초 없이도 잡내가 느껴지지 않는다.

부드럽게 넘어가는 면은 걸쭉한 국물과 어울려 진하고 깔끔한 토속의 맛을 낸다.

면 한 젓가락을 건져먹은 뒤 국물을 떠먹고 배추겉절이나 단무지를 한 조각을 곁들이면, 구수하고 달짝지근한 맛에 새콤함이 어우러져 또 한 젓가락을 재촉한다.

김 사장은 “비결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집에서 먹는대로 했을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하지만 그 맛 뒤에는 그만의 노하우가 숨어 있다.

시어머니가 하던대로 미꾸라지를 손질해서 40분정도 푹 고아서 고운체에 3번이나 살을 거르고 믹서로 간다.

이것을 다시 삶는데 냄새가 나지 않도록 시어머니가 가르쳐준 비법을 쓴 후 한 시간 반정도 푸짐하게 끓여내 밑바닥에 내려앉은 진한 국물로는 추어탕을, 칼국수는 너무 되직하면 맛이 없으므로 윗부분의 좀더 맑은 국물을 쓴다.

잡냄새가 전혀 없어선지 처음 먹는 사람들은 칼국수 국물이 추어탕이라는 것조차 구별이 쉽지 않을 정도로 담백하다고 한다.

탱글탱글한 면발을 사정없이 입으로 빨아들여 씹으면?쫄깃함이 그만이다. 이렇게 면만 건져먹던 사람도 비린내 없는 깔끔한 국물에 한 번 손을 대면 다 먹지 않고는 못 배긴다.

▲ 대청마루에선 추어칼국수 외에도 미꾸라지를?바삭하게 두 번 튀겨낸 '추어튀김', 뼈째 갈아 잘 다진 미꾸라지와 양념을 섞어 만든 '추어만두', 얼큰한 추어매운탕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대청마루추어칼국수 제공

◆100% 국내산 미꾸라지 공수…속임없는 재료·정성

주재료인 미꾸라지는 성장기에 필요한 양질의 단백질과 칼슘이 풍부하고, 비타민을 많이 함유해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부모도 많다.?숙취로 속이 좋지않을 때나 위장장애에도 좋아?하루도 거르지 않고?오는 단골이?생길정도다.

김 사장은 “맛의 차이를 결정하는 것은 얼마나 좋은 재료를 쓰고 얼마나 정성을 들이느냐의 차이”라며 “정읍과 강경·고성 등 양어장에서 가장 좋은 국내산 미꾸라지만 하루에 20㎏가량 공수해 쓴다”고 밝혔다.

그는 “얼마 전 방송에서 일부 식당이 추어탕에 망둥이나 고등어 등 캔 제품을 섞여 사용한다는 보도로 문제가?됐지만?저희는 재료를 속이지 않기 때문에?타격은 커녕 오히려?장사가 더 잘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추어칼국수 외에도 손가락 굵기 만한 미꾸라지에 튀김옷을 입혀 바삭하게 두 번 튀겨낸 '추어튀김', 뼈째 갈아 잘 다진 미꾸라지와 양념을 섞어 만든 '추어만두', 추어탕과 추어매운탕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바삭바삭한 튀김옷 속에 숨어있는 부드러운 살점과 고소한 맛이 입안을 감싸 추어튀김에 자꾸만 손이 간다.

고단백에 유용한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은 추어는 스테미너에 좋을 뿐 아니라 피부미용에 효과가 있다. 찬바람이 시린 늦가을 점심, 추어칼국수로 속을 달래보면 어떨까.

?권도연 기자 saumon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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