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맛집] 굵게 썬 두부에 맛깔스런 양념…친정어머니 비법 전수

서민들의 애환과 정서가 듬뿍 담겨있는 대전지역 향토 먹거리의 백미로 두부 두루치기를 꼽는 이가 많다. 고춧가루를 듬뿍 넣은 매콤한 두부 두루치기의 원조격인 식당이 ‘진로집’이다. 멋내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는 진로집 두부 두루치기의 매력 포인트를 집어보자. 편집자

▲ 대전학생문화회관 맞은 편 골목에 있는 진로집은 갤러리 ‘그루브게이트’와 ‘나무별’ 사이 좁은 골목길에 걸린 노란 간판을 따라 십여 걸음 들어가면 왼쪽에 있다. 권도연 기자

◆골목 안쪽 숨어있는 두부 두루치기 원조집

오랜 경기불황과 여름내 지쳐버린 체력, 여기에 신종인플루엔자 공포까지 더해진 요즘 매운 맛이야 말로 특효약이 아닐까. 이 때문인지 여기저기서 매운 맛 열전이 한창이다.

대전을 대표하는 매운 음식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게 두부 두루치기다.

두루치기는 돼지고기를 채소와 함께 볶은 볶음 요리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지만, 지방마다 특색 있는 두루치기가 전해진다.

충청지역에서 '두루치기'라는 음식 용어를 보편화시킨 식당으로, 사람들은 대전 중구 대흥동의 '진로집'을 꼽는다. 이 집 주요 메뉴는 화끈하면서도 얼큰해서 ‘맛있게 매운 맛’으로 어필하는 '두부 두루치기'와 ‘오징어 두루치기’다.

1969년 신신장여관 자리에 문을 열었지만 이 건물이 헐리면서 인근 골목 가정집을 개조해 식당으로 쓰고 있다. 친정어머니 임금님 씨가 돌아가시며 딸인 남임순(63) 씨가 진로집을 물려받아 2대째 운영하고 있다.

대전학생문화회관 맞은 편 골목에 있는데, 도로에서 한참 안쪽에 위치해 있어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중구에서 어린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맛집이다.

갤러리 ‘그루브게이트’와 ‘나무별’ 사이 좁은 골목길에 걸린 노란 간판을 따라 십여 걸음 들어가면 왼쪽에 있다.

남 씨는 “진로집이라는 이름은 엄마가 식당 이름도 정하지 않고 간판업자를 불러 고민하다 마침 옆에 있던 빨간 진로 소주병을 보고 붙인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남 씨는 “엄마는 처음에 국수를 말아 팔았으나 손님들이 술안주로 만들어준 두부요리를 좋아해 아예 주메뉴를 바꿨다”며 “손님들이 ‘두부를 맛있게 매쳐라, 때려라, 매때려라, 두루쳐 내와봐라'라고 주문하다가 '두부 두루치기'라는 이름을 붙이게 돼 이 말이 일반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두부 두루치기가 인기를 모으면서 광천식당·청양식당 등 유사한 음식점이 대전시내 곳곳에 문을 열었고, 뿐만 아니라 오징어두루치기·돼지두루치기 등을 파는 집까지 생겨 성업 중이다.

▲ 두부는 참기름과 파·고춧가루·마늘 등 갖은 양념을 넣어 양재기에 살짝 볶은 뒤 손님 상에 올리는데 오동통한 두부를 씹으면 매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지며 사르르 넘어간다.

◆푸짐하고 저렴한 가격…한끼 식사 손색 없어

본래 두루치기는 충청도뿐 아니라 전라도·제주도 등 다른 지방에서도 나름대로의 색깔을 지니며 전해진다. 하지만 엄격한 의미에서 보면 이름만 같을 뿐 준비하는 재료와 조리법이 제각각이어서 맛은 전혀 다르다.

실제로 전라도에선 쇠고기·내장 등을 재료로 해 화려한 고명을 얹어 만드는 반면, 충청도의 두루치기엔 반드시 두부가 들어가며 식당에 따라 고기나 버섯·배추속대 등을 함께 볶아 만들기도 한다.

충청도 두부 두루치기의 원조격인 진로집은 일반가정의 두루치기와는 달리 채소는 파만 넣고, 고춧가루와 참기름을 넣고 볶아준다. 재료가 사치스럽지는 않지만 부드러우면서 푸석거리지 않는 두부는 감칠맛이 난다.

두부는 멸칫국물에 담가놓았다가 건져내 참기름과 파·고춧가루·마늘 등 갖은 양념을 넣어 양재기에 살짝 볶은 뒤 손님 상에 올린다.

남 씨가 두부 두루치기 한 접시를 푸짐하게 차려내왔는데 손이나 반찬 그릇을 옮기는 모양새가 고향집 어머니같다.

반찬은 동치미와 무김치를 주고, 파를 띄운 멸치국물을 내준다.

오동통한 두부를 씹으면 매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지며 사르르 넘어간다. 맵고 칼칼하면서도 고소한 뒷맛이 오래간다.

두부두루치기 2인분에 1만 원, 3인분에 1만 5000원으로 1인당 5000원 꼴이다.

술안주로도 손색이 없지만 1000원짜리 국수사리나 공깃밥을 넣고 비벼 먹으면 한 끼 식사로도 제격이어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않은 서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자못 높다.

'두부전'도 많이 찾는다. 두부를 큼지막하게 썰어 기름에 노릇노릇하게 데친 전은 무척 고소하다. 값도 싸 요즘처럼 불경기 때 부담없는 외식거리다.

▲ 진로집의 두부 두루치기는 고단했던 시절 서민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던 음식, 세상에 절망한 젊은이들의 타는 가슴을 식혀주던 안주로 사랑받고 있다.

◆배고프고 고달픈 서민 애환과 함께 한 술안주

돌아보면 두부 두루치기와 오징어 두루치기는 80년대 지역의 대표음식으로 수많은 대학생·직장인의 주안주였다.

개강·종강파티는 물론이고 MT를 다녀올라치면 반드시 두부·오징어 두루치기로 이야기꽃을 피우곤 했다.

학창시절 두부 두루치기의 맛에 반해변치않고 두루치기를 찾는다는 손님 김현진 (39·대흥동) 씨는 “17살때부터 20여 년을 다녔다”며 “명절 때 객지에 나갔던 고교 친구들이 모일 때?진로집으로 오라고하면 ‘진로집이 아직도 있냐’고?반가워하며 다음부터 계속?오게 되는 추억의 명소”라고 소개했다.

김 씨는 “두부 두루치기의 매콤하고 칼칼한 맛은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지만, 더 중요한?건 배고프고 고단하던 시절 맛있게 먹던 남다른 의미에 있다”고 말했다.

‘맵다 맵다’하면서도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즐겨먹는?손님이 많은 이유는 진로집에 그리운 사람이 있고, 켜켜이 쌓인 먼지 같은 세월이 있기 때문이다.

고단했던 시절 서민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던 음식이고, 세상에 절망한 젊은이들의 타는 가슴을 식혀주던 술과 안주. 특별한 재료를 쓰는 것도 아닌데 진로집의 두부 두루치기를 맛보기 위해 미식가들이 북적거리는 이유다.

연말이 다가오면 고향 생각도 깊어지고 쌀쌀한 바람에 어머니 생각도 묻어온다. 어머니의 손맛 담긴 칼칼한 고향의 맛이 그립다면 진로집에 들러 원조 두부 두루치기의 맛을 즐겨봐도 좋을 듯하다. 권도연 기자 saumon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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